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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이규진 부장판사, 법관 재임용 심사서 “품위 해쳤다” 탈락

입력 | 2019-01-17 03:00:00

3월 1일부터 판사자격 박탈… ‘법관 탄핵’ 대상서 빠지게 돼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8기)가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관과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법관인사위원회는 이달 법관 재임용 심사를 열고, 이 부장판사의 재임용 요청을 거부했다. 법관인사위는 이 부장판사가 정직 6개월과 감봉 등 두 차례 징계를 받았고,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던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이모 판사에게 “연구회 주최 학술대회를 연기하거나 축소해 달라”고 말했다. 이 내용이 폭로되면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시작됐다.

이 부장판사는 1989년 3월 1일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엔 법관을 10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도록 정한 헌법 제105조에 따라 재임용을 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988년 재임용 심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31년간 재임용에서 탈락한 법관은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49·29기) 등 5명 안팎이다.

재임용 탈락으로 이 부장판사는 올 3월 1일부터 법관 자격이 박탈된다. 이에 따라 국회의 ‘법관 탄핵’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은 현직 법관이어서 올 3월부터 이 부장판사는 탄핵 대상이 아니다. 만약 국회가 그 전에 이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해도 탄핵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정직 6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58·17기)가 올 2월 법관 인사 전에 사표를 낼지도 주목된다. 법원 내규에 따르면 징계가 확정된 법관은 사표를 제출할 수 있다. 이민걸 부장판사의 사표가 수리되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과 이규진 부장판사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 3명이 탄핵 대상에서 제외된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도 임기 만료로 모두 퇴임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