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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만들때 온도 낮춰 먼지 잡는다

입력 | 2019-01-17 03:00:00

서울시, 미세먼지 줄이기 틈새대책 <상>




섭씨 160∼170도에서 생산된 기존 아스팔트(왼쪽 사진)보다 섭씨 130∼140도에서 생산된 아스팔트(오른쪽 사진)에서는 눈에 띄게 연기가 덜 배출된다.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NOx)도 적게 발생한다. 서울시 제공

‘내일은 맑음’이라는 기상예보를 본 지 오래됐다. 단기 효과를 바라긴 어렵지만 그래도 ‘모레는 맑음’을 바라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틈새’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으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은 일시적으로라도 당일이나 다음 날 대기 질 악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도로를 깔 때부터 미세먼지를 줄여보겠다는 시도도 있다. 하루 만에 농도가 줄어들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저감 효과가 기대된다.

서울시 도로관리과에서는 도로 포장재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신기술 상용화에 들어갔다.

도로 포장에 쓰이는 아스팔트는 섭씨 160∼170도의 고온에서 생산된다. 이때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SOx), 미세먼지 발생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NOx)이 나온다. 신기술의 핵심은 생산 온도를 30도가량 낮추는 것. 온도를 낮춰도 아스팔트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화학 첨가제를 넣으면 섭씨 130∼140도에서도 아스팔트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 온도를 낮추면 미세먼지 유발 물질도 줄어든다. 2010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존 방법으로 아스팔트 1t을 생산할 경우 NOx가 983ppm 발생하지만 온도를 낮추는 공법을 쓰면 262ppm이 발생해 70%가량 줄어든다.

서울시가 2010년 낮은 온도에서 만든 아스팔트를 시범적으로 깐 동작구 사당로 1700m 구간과 일반 아스팔트를 깐 도로의 NOx 발생량을 비교했더니 NOx가 일반 도로 구간보다 21∼60% 적게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술은 사실 ‘옛 기술’이다. 2010년 탄소배출권거래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후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탄소배출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첨가제를 만들어 넣는 공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데다, 현장에서 아스팔트가 뜨겁지 않으면 작업이 어렵다는 선입관 탓에 반기지 않아서다.

하지만 유럽은 1996년부터 생산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해 현재는 거의 정착된 상태다. 미국에서도 2017년 시공한 도로의 40%를 이런 기술로 생산한 아스팔트로 포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조달청 정부조달 목록에 낮은 생산 온도의 아스팔트 제품이 등록돼 쓰일 수 있도록 도로 포장 관련 행정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분해할 수 있는 도료 연구개발도 이어간다. 빛을 받으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광촉매 도료다. 광촉매 도료를 도로에 바르면 미세먼지에서 NOx와 SOx를 흡착해 도로 표면에 달라붙게 한다.

지난해 서울시는 광촉매 도료를 서초구 강남대로 250m 구간에 시범 포장했다. 그해 8월∼10월 말 일반 도로와 비교한 결과 도료로 코팅한 표면의 NOx 농도가 일반 도로 표면보다 1.5배 높았다. 그만큼 공기 중에는 떠다니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자동차 1만 대가 광촉매 도료를 바른 도로를 지나가면 코팅된 도료 성분의 28%가 소실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포장재 부착 능력을 개선하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지금의 1.5배보다 더 높여 5월 다시 시험 포장할 계획”이라며 “당장의 효과는 모르겠지만 장기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