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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는 밑빠진 독’이라며 탈퇴의사 수차례 밝혀”

입력 | 2019-01-17 03:00:00

NYT ‘러시아 스캔들’ 다시 불지펴
“작년 7월 참모들에게 발언” 보도에 前 나토사령관 “푸틴에 세기의 선물”
백악관 “의미없다” 일축했지만 ‘美러 회담기록 은폐’ 맞물려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지난해 수차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의사를 참모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익명의 전·현직 정부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지난해 7월 나토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고위 관료들에게 나토를 미국의 밑 빠진 독(drain)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수차례 나토 탈퇴 의사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런 언급이 사적인 자리에서 이뤄졌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통령 취임 이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보도와 맞물리면서 ‘러시아 스캔들’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나토의 결속을 약화시키는 것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방부 정책차관을 지낸 미셸 플러노이는 “미국 대통령이 국가의 이익에 반해 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나토군 총사령관도 “실제 탈퇴를 이행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조차 푸틴에게는 세기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문제의 나토 탈퇴 발언을 한 직후 푸틴 대통령과 헬싱키에서 회담을 한 ‘타이밍’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NYT의 보도에 대해 “의미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나토의 동맹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정면으로 대응했다.

나토의 열성 지지자 중 하나였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사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군사동맹을 둘러싼 이견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티스 전 장관이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에 반대하며 물러났지만 그 기저엔 동맹에 대한 인식 차이가 깔려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주러시아 미국 대사에 이어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나토 대사는 15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나토의 꾸준한 지지 세력이기는 했지만 두 참모는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 때부터 공공연히 나토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왔다. 대통령 취임 이후 나토 지지로 의견을 돌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운다며 이들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나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지출 수준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전·현직 미국 정부 고위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나토 탈퇴를 내세울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