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개혁은 복지제도가 발달한 유럽 선진국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로 여겨진다. 누가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을지를 두고 세대 갈등이 촉발되고, 수급 대상이 일부 계층이냐, 전 국민이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연금 개혁 추진이 정권의 명운을 가르기도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매듭을 모범적으로 풀어낸 대표적 국가가 스웨덴이다. 1913년 세계 최초로 전국민에게 적용되는 공적연금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은 1960년대부터 지속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연금 재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199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7.6%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39.4%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1984년 노사 단체 대표 등을 포함한 연금위원회를 꾸려 연금 고갈 해법을 논의했다. 하지만 사무직에 유리한 연금 수령 기준을 바꾸려 하자 사무직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연금 개혁 합의안이 만들어진 것은 연금위원회를 구성한 지 14년 만인 1998년. 합의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기존의 연금 제도에서 ‘최소보장’ 개념을 도입해 젊은 세대가 고령자 연금을 지나치게 많이 부담하는 구조를 개선했다. 중산층 이상보다 빈곤층에 대한 국가 지원을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여당 안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등 진통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파를 넘어선 정치권의 치열한 논쟁과 충분한 국민 설득 과정 덕분에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스웨덴 정부는 연금 개혁 논의를 철저히 전문가에게 맡겼다. 각 정당 대표와 전문가 등 책임 있는 소수가 개혁안을 전담하도록 했다.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각종 이해집단이나 노사 대표의 과도한 개입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이는 연금 개혁이 특정 계층이나 세대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철저하게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만을 최우선 가치로 둔 것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연금 개혁은 정부와 전문가 그룹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초안을 마련하고 대표성 있는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