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송진우 투수코치는 2018시즌을 앞둔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좌투수 박주홍(20)에 대해 “키 작은 류현진(32·LA 다저스)”이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KBO리그(99승)와 메이저리그(MLB·40승) 통산 139승을 따낸 국내 최고의 투수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배짱 하나는 뒤지지 않는다는 칭찬이었다. 11년만의 가을야구 무대인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 전격 선발등판한 것도 공격적인 투구로 합격점을 받아서다.
그러다 보니 2년차가 되는 2019시즌에 대한 기대치도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선 캠프 명단에 포함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공을 던지며 컨트롤을 다듬는데 힘썼다. 송 코치는 “(박주홍이) 하루에 200개에 가까운 공을 던지기도 했다. 신체 리듬을 찾는데 주력했고, 기존 선수들을 넘어서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박주홍의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40㎞대 초반으로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수싸움에 능하고, 공격적인 승부를 펼친다는 장점을 지녔다. 공격적인 투구를 앞세워 오래 버틸 수 있는 유형이고, 구속이 오를 여지도 남아있다는 점이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1군 무대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게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는 강심장도 돋보인다.
●2018년 최고의 수확은?
박주홍의 프로 적응기는 2018 정규시즌 개막엔트리에 합류한 것부터 시작했다. 정규시즌 22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승1패, 평균자책점 8.68로 화려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분명히 수확은 있었다. 박주홍은 “처음부터 1군에서 뛸 수 있을지는 몰랐다. 좋은 기회를 주신 덕분에 가능했다. 타자와 승부하며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컨트롤도 좋아졌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고교 시절보다 변화구의 구질이 향상된 점이 또 다른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마무리캠프에선 컨트롤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좌우 코너워크와 체인지업 장착에 공을 들였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의 3개 구종으로 2018시즌을 보냈는데,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이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송진우 코치님께서도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투수? 자기 공 잘 던져야!
준PO 선발등판 경험은 박주홍을 한 단계 성장시킨 계기였다. 패전투수(3.2이닝 3실점 2자책점)라는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 경험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었다. 박주홍은 “자신감이 커진 계기다. 그렇게 큰 경기에서 기회를 주신 덕분에 한결 성숙해졌다”며 “많은 관중 앞에서 투구하는 것이 긴장되기보다 오히려 흥미롭다. 원래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이고, 팬들 앞에서 던지는 게 오히려 즐겁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적인 투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간결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1군 경험을 통해 이를 확실히 정립한 듯했다. 박주홍은 “특별한 철학보다는 투수라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자신감 있게 자기 공을 던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답했다. 비시즌 계획도 확실하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캐치볼을 통해 체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긴 시즌을 버티기 위한 체력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배들께서도 많이 조언해주신다. 러닝도 더 충실히 해야 한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