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동아일보 DB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뒤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로 재판에 두 차례 불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88)이 재판을 거부할 무렵 골프장에서 운동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 전 대통령 측은 골프장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운동과 법정진술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17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이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골프를 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골프를 친다는 건 신체 운동을 한다는 것 아닌가. 이와 달리 법정 진술은 (정신 건강이 확보된 상태에서) 정확하게 사고할 수 있고 인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향후 법정 출석 여부에 대해선 "재판에 출석할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두 번째 공판 불출석 이유에 대해선 "독감으로 못 나간 것이다"라며 "법정 진술이 어렵다는 건 (여러 차례 얘기했듯) 6년째 알츠하이머 약을 드시는 등 (정신) 건강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전 전 대통령 측은 전 전 대통령의 상태가 법정에 출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해왔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이 불과 10분 전 이를 닦은 사실도 기억하지 못해 하루에 10번 이상 이를 닦기도 한다"라며 "방금 전 들은 얘기나 만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한겨레는 골프장에서 전 전 대통령이 골프 스코어를 직접 세면서 운동을 즐겼다는 캐디의 증언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근무했던 캐디 A 씨는 "전 전 대통령을 직접 수행한 캐디로부터 '스코어를 틀릴 뻔 했는데 직접 세서 편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캐디 B 씨는 "2~3분이 지나면 까먹는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얘기. 캐디도 스코어를 정확히 센다고 노력해서 세는데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런데 골프를 치면서 본인 스코어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건 기억력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골프장 직원들이 전 전 대통령을 "각하로 대우했다"라며 "전 전 대통령이 오면 주변에서 머리 숙이고 조아리며 '각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B 씨는 "지난해 8~9월쯤 골프장 직원이 전 전 대통령과 같이 골프를 치면서 ‘어떻게 그렇게 비거리가 많이 나가세요?’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니까 전 전 대통령이 자기가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손목 운동부터 시작해서 전신 운동을 2시간 한다고 얘기했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A 씨는 "회사에 충성심 있고 경력이 오래된 캐디만 전 전 대통령을 수행할 수 있어서 함께 경기를 나가본 건 아니지만, 전 전 대통령 앞팀이나 뒤팀에서 게임을 하며 직접 두세 번 봤다"라며 "건강하지 않다면 바로 카트 타고 갈 텐데, 전 전 대통령이 걷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파5홀 같은 곳도 카트 놓고 걸어 다닌다. 신체적으로는 건강하고, 아주 활기차다. 누가 봐도 그 나이 같지 않다"라고 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을 열었으나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지난 7일 두 번째 재판에서도 전 씨는 알츠하이머 증상 외에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두 번째 재판도 불출석 하자 재판부는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다음 재판은 3월 11일이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