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서산-홍성-보령-서천 등… 굴 등 특산물 앞세워 미식가 유혹 김과 감태 등 ‘원조논쟁’ 신경전도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 겨울철 특산물을 놓고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령시 제공
굴과 새조개, 김과 감태….
충남 서해안에서 ‘맛의 전쟁’이 치열하다. 시군마다 겨울철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바다 먹거리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 경쟁이 뜨겁다. 원조(元祖) 논쟁을 하며 묘한 신경전도 벌인다.
태안과 서산, 홍성과 보령, 서천 등 충남 서해안 지역 시군은 겨울을 맞아 제철 특산물을 앞세우며 남해안, 동해안으로 향하는 미각 여행자를 유혹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보령 굴, 홍성 새조개
일요일이던 13일 오후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굴 단지. 굴을 요리하는 식당 70여 곳이 밀집해 있는 단지 주변은 전국에서 찾아온 방문객 차량으로 붐볐다. 단지에 들어서자 껍질째 굽는 굴 냄새가 갯내음과 어우러져 미각을 자극했다. 식당마다 굴구이 굴찜 굴물회 굴밥 등 제철을 맞아 굴 요리를 먹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4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굴찜은 한 솥에 3만 원. 가격도 ‘착하다’. 굴밥과 굴칼국수로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굴 단지에서 승용차로 불과 5분 거리인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는 새조개의 명소다. 새조개는 ‘신이 내린 바다 선물’이라 불릴 정도로 맛과 향미가 겨울철 최고다. 올해에는 수확량이 부족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살이 통통한 새조개 13∼15마리가 올라가는 한상차림이 10만 원 선. 상인 정해석 씨(56)는 “가격은 비싸지만 통통하고 품질이 워낙 좋아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는 최고”라고 자랑했다.
○ 김과 감태 ‘패권 경쟁’
서천 앞바다에서 나는 김은 부드럽고 바다향이 깊어 전국에서 으뜸으로 친다. 지난해 무더위로 수온이 높아지는 등의 영향으로 올해 작황은 좋지 않지만 여전히 미식가에게는 최고로 인정받는다.
이곳에서 생산된 물김은 홍성군 광천읍과 보령 가공공장에서 조미김(소금과 참기름을 발라 구운 김)으로 변신해 식탁에 오른다. 포장에 서천이라는 명칭 없이 ‘광천김’과 ‘보령김’으로 표기돼 서천군이 한때 원산지 표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미김보다 맨 김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 택배 주문 문의가 쇄도한다.
서산시와 태안군은 최근 감태(甘苔)를 놓고 은근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서산시가 2020년까지 지곡면 중왕항을 감태생산기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태안군도 이에 뒤질세라 감태 홍보에 적극 나섰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 갯벌에서 생산되는 감태가 다른 지역 감태보다 쓴맛이 없고 바다향이 진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