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IBM 등 글로벌 기업과 연계 ‘블록체인 시스템’ 시범 운영 시작 공급망 투명화해 문제 업체 퇴출, “사회적 책임 다하는 성장 추구”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블록체인 시스템이 도입됐다. LG화학은 미국 포드와 IBM, 중국 화유코발트, 영국 RCS글로벌 등 해외 기업들과 함께 코발트 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코발트 블록체인 시스템’을 올해 초부터 시범 가동했다고 17일 밝혔다. 분산형 데이터 저장으로 조작과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해 공급망을 투명화한 것이다. 생산 과정에서 아동 착취 등 인권침해가 있는 광산의 제품은 사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 LG화학, 포드는 IBM의 플랫폼에서 코발트의 물량별 생산지 정보를 비롯한 채굴 방식, 운송 경로 등 모든 공급 과정을 언제든지 쉽게 추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광산에서 생산된 코발트, 이 코발트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걸러 낼 수 있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비윤리적 방법으로 취득된 원자재 사용을 스스로 금지하고 있는데, 코발트에 대해서도 이를 확실하게 준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LG화학과 포드, 화유코발트 등 3개사는 올해 6월까지 시범 사업을 진행한 후 결과에 따라 정식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구축해 업계 표준 모델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은 “세계 최고의 배터리 업체로서 제품의 성능과 품질뿐만 아니라 원재료 수급에서부터 사회적 책임을 다해 지속 가능한 성장체제를 갖추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6년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발표 이후 국내 다른 배터리 생산기업들도 ‘윤리적 코발트’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SDI는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자사 제품에 쓰인 코발트를 가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련소 명단 21곳을 공개하는 등 공급망 투명화에 나서 2017년 12월 국제앰네스티로부터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부터 코발트 공급업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