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외교전 동시다발 전개
워싱턴行 항공기 타는 김영철 17일(현지 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오른쪽)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출국 절차를 밟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김영철은 북측 고위급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국적기 유나이티드항공을 타고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으로 직행했다. 게다가 김영철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북-미 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김영철은 당초 예정인 1박 2일에서 하루 더 연장해 2박 3일간 워싱턴에 체류한다. 북한 공관이나 대표부가 없는 워싱턴은 평양과의 비밀 교신이 불가능하다.
이번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 및 미국의 상응조치 로드맵을 조율하는 것. 양측 정보라인이 최근 판문점에서 수차례 극비 접촉을 갖고 차이를 좁혀놓은 상태다. 북한은 특히 미국의 상응조치 중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제재 면제 협의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비핵화 전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미국의 원칙은 분명하다”며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것에 최대한 호응할 생각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적 결정이었던 만큼 재가동 역시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으로 추진하고, 미국이 ‘묵인’하는 방식이라면 미국도 제재 완화 논란의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다는 것.
김영철 일행은 귀환 일정으로 19일 오후 3시 35분(현지 시간) 워싱턴을 출발하는 중국 에어차이나 비행기를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정대로면 20일 오후 6시 35분경 베이징에 도착한다. 평양으로 돌아가는 고려항공편은 22일에나 있기 때문에 21일 베이징에서 중국 고위급 인사와 비공개로 만나 트럼프 대통령 등과의 논의 상황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서울에서는 이도훈 본부장과 쿵쉬안유 대표가 만났다. 이 만남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4차 방중 내용을 비롯해 한중 양국 간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스웨덴 비핵화 실무협상은 워싱턴 고위급 회담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중이다. (김영철의 방미 결과를) 보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협의가 매끄러우면 비건 대표는 19일경 스웨덴으로 이동해 최선희 부상과 처음으로 마주 앉게 된다.
워싱턴=이정은 lightl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