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손혜원 논란]알고 지내던 나전칠기 장인의 자녀 작년 6월 민속박물관서 전입 요구… 박물관측 수용 안하자 국감서 거론 해당 연구사 “인사 부탁한 적 없어”, 박물관 나전칠기 구입 종용 의혹도
나전칠기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나전칠기를 구입하도록 종용하고, 박물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손 의원은 지난해 6월 국립민속박물관 소속 학예연구사 A 씨를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에 전입시킬 것을 요구했다. A 씨의 부친은 경남 통영시에서 활동한 나전칠기 장인으로, 지난해 작고했다. 2014년 손 의원이 건립한 서울 용산구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의 개막특별전에 A 씨의 부친 작품이 출품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A 씨의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보존과학 분야의 특성상 1∼2년 단위로 진행되는 인사교류 대상에는 맞지 않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질의에서 다시 거론하는 등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도쿄예대에서 박사를 받은 전문가가 수리를 못한다고 인격적인 모독을 받고, 민속박물관에서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유물 수리에 최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진 인재”라고 A 씨를 치켜세웠다.
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근현대 나전칠기 구입을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손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21세기 근현대 나전칠기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늦기 전에 구입하는 것이 박물관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두 달 뒤인 12월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존 고미술·고고학 유물과 성격이 다른 4점의 현대 칠기 관련 공예 작품을 이례적으로 사들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금속공예전문 박물관인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소장할 수 있도록 박물관 계획에 따라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본보 취재진이 찾은 손 의원의 나전칠기박물관은 규모가 협소하고, 인터폰을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는 폐쇄적인 구조였다. 문화재계 인사는 “원래는 손 의원이 수집한 나전칠기 작품을 판매하던 곳”이라며 “전시·연구 기능은 거의 없어 이름만 박물관일 뿐 판매장 역할이 더 큰 곳”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