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광화문에서/임우선]클릭 한 번에 줄줄 샌 내부정보… 교육당국의 기막힌 IT ‘구멍’

입력 | 2019-01-18 03:00:00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아니, 그래도 명색이 정부가 실시하는 설문조사 아닙니까. 그런데 ‘빽’도 안 되더라고요. ‘빽’도.”

지난해 여름쯤이다. 과학계 인사로부터 갑자기 “‘빽’도 안 됐다”고 외치는 전화가 걸려왔다. 들어보니 당시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교육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던 온라인 설문조사를 두고 하는 얘기였다.

그는 “설문 과정에서 앞 문항 응답을 수정하려 해도 시스템 설계가 잘못돼 ‘빽(back·뒤로 가기)’이 안 되더라”며 “‘제출’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수정도 안 되게 만든 설문지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교육부의 정보기술(IT) 역량에 의구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

머지않아 두 번째 사건이 생겼다. 이번에도 설문조사가 문제였다. 작년 6월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를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의 첫 과제로 정하고 1만 명 규모의 모니터링단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을 했다. 그런데 진행 과정에서 한 사람이 횟수와 상관없이 여러 번 중복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설문 결과 자체가 왜곡될 수 있는 중대한 시스템 결함이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오류를 알았지만) 시간이 없어 진행했다”며 “모니터링단 명단이 있으니 응답자의 신상 내용을 하나하나 비교해 중복 참여는 걸러내겠다”고 해명했다. 시간이 없다면서 어느 세월에 로그기록 1만 개를 비교할지…. 애초에 시스템을 제대로 짰으면 안 해도 됐을 ‘삽질’이었다.

교육부의 세 번째 ‘IT 구멍’은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 지난해 11월 유치원 지원을 위해 열린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하루 종일 먹통인 사이트를 목격한 것이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친절하게도 ‘서비스 접속 대기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예상 대기시간 13분 25초, 고객님 앞에 6436명 대기 중’ 같은 ‘정확한’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막상 두 눈을 부릅뜨고 십수 분을 기다리니 ‘이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새하얀 화면만 나왔다. 안 열릴 거면 기다리게 하지나 말든지…. 간장 종지만 한 교육부의 서버 용량에 결국 이날 전국 학부모의 인내심은 터져버렸다.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달 들어서는 교육당국 홈페이지에서 중등교사 임용시험 필기시험 점수와 등수 정보가 사전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이트에 접속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비공개 정보인 과목별 점수와 등수를 누구나 볼 수 있었다. 사이트 관리를 맡은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 “실수”라며 “문제를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 후에도 여전히 정보가 노출되는 사실이 알려져 재차 망신을 당했다.

교육부가 이 모양인데 교육청이라고 잘 돌아갈까. 지난주 세종시에서는 교육청 시스템 오류로 109명에 이르는 고교 신입생이 이중 배정되는 사고가 났다. 재배정 과정에서 학생 414명의 배정 결과가 달라졌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금도 반발 중이다.

학생들의 학교 배정부터 학교 추첨, 성적 산정까지…. 사실상 모든 교육정보가 전산 처리되는 시대지만 교육당국의 IT 시스템은 용량, 기술, 관리 등 모든 면이 허술해 보인다. 반복되는 사고를 보는 국민의 불안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IT 사고는 불거지기 전엔 알기 어려워 더욱 그렇다.

옛 어른들이 그랬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고. 잦은방귀 같은 사고를 눈여겨보고 교육계 IT 관리 전반을 되짚어야 한다. 그래야 더 험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