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유혹 뿌리친 두산 이영하 KBO 포상금, 아버지가 기부 권유… 데뷔 2년 차인 작년에 10승 달성 안정된 투구폼 만드는 데 집중
두산의 ‘영건’ 이영하가 17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 구단 사무실에서 마스코트 철웅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1군 데뷔 2년 차인 지난해 10승을 경험한 그는 올해 믿음직한 선발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여기저기서 상을 주셔서….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두산 투수 이영하(22)에게 이미지가 깨끗하다는 의미로 ‘야구계의 유재석’이라고 덕담을 건네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시즌이 한창인 지난해 6월 이영하는 승부조작 브로커의 검은 유혹을 뿌리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자진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클린베이스볼’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 일로 KBO로부터 포상금 5000만 원을 받은 그는 자신의 연봉(4200만 원)보다 많은 상금 전액을 모교(선린인터넷고) 후배 및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이영하는 친구처럼 지내며 항상 자신을 믿어줬다는 아버지 이준성 씨(45)에게 공을 돌렸다.
“아버지 덕에 나쁜 짓은 엄두도 못 내며 살았어요. 포상금을 받은 날도 아버지와 상의했는데 ‘없던 돈 아니냐. 좋은 데 쓰자’고 말씀하셔서 흔쾌히 받아들였죠. 기부하고 집에 들어온 날 아버지께서 ‘아빠 용돈은?’이라고 하셔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지만요(웃음).”
지난 시즌 1군 데뷔 2년차 만에 ‘10승 투수’(10승 3패 평균자책점 5.28)에 올라 실력도 검증받은 이영하는 올 시즌 지난해 이상의 활약을 펼쳐 ‘꾸준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 “10승을 경험했지만 잘하다가 실투를 하는 등 기복이 있었던 부분은 아쉬워요. 지난해 좋았던 때의 투구 영상을 보며 일정한 투구 자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두산 안방을 든든히 지키며 영건들의 성장을 돕던 포수 양의지(32)가 NC로 이적해 두산 마운드에 위기가 드리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영하는 ‘씩’ 하고 웃었다.
“제가 작년에 (김)광현(SK)이 형하고 맞붙어서 이겼을 때(9월 8일 6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승리) 호흡을 맞춘 포수가 (박)세혁이 형이에요. 저도, 동료 투수들도 문제없습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