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는 속도 40년 전보다 6배 빨라… 韓美英 ‘스웨이츠 빙하’ 탐사 나서
서남극의 스웨이츠 빙하. 지대가 낮아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빙하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급격한 기후변화 탓에 남극 대륙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공동 연구진은 위성으로 관측한 결과 남극의 빙상(氷床·대륙 빙하)이 연간 2520억 t씩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밝혔다. 40년 전(연간 400억 t)보다 6배 이상 빠른 속도다.
얼음이 모두 바다 위에 떠 있는 북극과 달리 남극의 대륙 빙하는 바다로 유입되면 고스란히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수십 년 내 해수면이 5m 이상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과학자들이 서둘러 남극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스웨이츠 빙하협력단(ITGC)’은 2021년까지 남극에서도 빙하가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서남극 해안의 ‘스웨이츠 빙하’ 정밀 탐사에 나선다. 남극 빙하가 다 녹기까지 남은 시간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ITGC 프로젝트는 과학저널 ‘네이처’ 선정 ‘2019년 주목해야 할 과학연구’ 중 첫 번째로 꼽혔다.
서남극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이유는 지대가 해수면보다 500m 이상 낮아 따뜻한 물에 빙하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육지를 2500m 두께 빙하가 뒤덮고 있는데 해수면과 맞닿은 아랫부분이 녹으면서 바닷물이 빙하 밑으로 점점 더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다. 가장자리는 대부분 대륙 빙하와 연결된 채 바다에 떠 있는 빙붕(氷棚)이다.
이처럼 남극 연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남극 연구를 확대할 대형 쇄빙연구선을 새롭게 도입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5m 쇄빙이 가능한 1만3990t급 쇄빙연구선 ‘슈롱 2’를 취항하고, 호주는 내년에 1.65m 쇄빙이 가능한 2만5500t급 남극 전용 쇄빙연구선 ‘누이나(Nuyina)’를 도입한다. 영국과 독일도 각각 2020년과 2023년 신규 쇄빙연구선을 취항할 예정이다. 한국도 7500t급 아라온호를 보완할 제2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5월 결국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단장은 “한곳에 최소 2, 3개월은 머무르며 연구해야 하는데 현재는 아라온호가 남·북극 연구를 모두 수행하고 있어 최대 40일이 한계”라고 말했다. 서원상 극지연 제2쇄빙연구선건조사업단장은 “국제협력이 필수적인 극지 연구와 과학외교를 위해서라도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쇄빙연구선이 필요하다”며 “다시 예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극점까지 3000km에 이르는 안전 육상로를 개척하는 극지연 K-루트사업단은 지난해까지 목표 거리(700km)를 넘어선 720km를 달성했다. 올해는 400km를 추가 개척하고 2024년 이전에 남극점에 도달한다는 목표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