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예술가 듀오 ‘길버트&조지’전 결성 52년째 맞는 ‘G&G’… 기이한 형태 ‘수염’ 연작 5점 선봬 스스로 ‘살아있는 조각’ 주장 파시즘-인종차별적 언행으로 구설… 논란 발언 묻는 질문엔 “……”
영국 작가 듀오 길버트 앤드 조지의 길버트 프루슈(오른쪽)와 조지 패스모어. 리만머핀서울 제공
현대미술은 어디까지 난해해지는 걸까. 100년 전 예술가가 사인한 변기는 걸작이 됐고, 통조림에 담은 예술가의 배설물도 엄청난 가격의 작품이 됐다. 그렇다면 독설과 막말도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자신들을 ‘살아있는 조각’이라고 주장하는 예술가들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율곡로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10일부터 열리고 있다. 결성 52년째를 맞는 길버트 앤드 조지(G&G)다.
길버트 앤드 조지의 작품 ‘BEARDNEST‘. 산책 중 동네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조합해 만들었다. 리만머핀서울 제공
작품 속에는 수염과 뱀, 철조망, 폐허 등 여러 이미지가 합성되어 있다. 매일 산책하는 두 사람은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인 동네에 수염을 기른 사람이 많아진 걸 보고 새 작업의 영감을 얻었다. 종교적 이유로 수염을 기르는 무슬림, 유행을 따라가는 힙스터 등 수염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길버트 앤드 조지의 작품 ‘VOTE BEARD‘. 산책 중 동네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조합해 만들었다. 리만머핀서울 제공
한데 이들의 말과 행동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독설로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파시즘은 삶의 원동력(life-force)”이라고 해 충격을 줬다. 1987년에는 아시아인이 담긴 작품에 ‘파키(Paki·백인들이 파키스탄인을 경멸적으로 이르는 말)’라는 제목을 붙여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테이트 미술관이 작품을 걸어 주지 않는다며 ‘편협한 진보주의자’로 가득하다고 비난했다.
3월 16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