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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8000만~1억 배상”…4년만에 결론

입력 | 2019-01-18 10:14:00

‘1인당 8000만~1억원 배상책임’ 1심 그대로 인정
“배상 불인정 일본 판결, 받아들이면 사회질서 위반”




2014년 10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 등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주식회사 후지코시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News1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기업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해당 기업에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해 법원이 4년여 만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임성근)는 18일 김계순씨(90)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27명이 일본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후지코시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이번 사건이 일본 법원에서 내린 판결에 귀속되는지 여부였다. 김씨 등은 2003년 일본에서 후지코시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항소심, 상고심에서 모두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일본 법원은 김씨 등에 대해 불법행위와 안전배려 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청구권 협정에 김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본 법원은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가졌다”며 “일제강점기의 국가총동원법·국민징용령·여자정신근로령이 한반도와 원고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당시 시행되던 메이지헌법과 관련 법령에 근거해 피고의 불법행위책임 등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일본 판결의 판결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사건의 소송이 일본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다”고 밝혔다.

© News1

재판부는 ‘1965년 한국과 일본 사이에 맺은 청구권 협정에 따라 김씨 등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후지코시 측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취지에 따라 기각했다.

김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후지코시 측 주장에 대해서는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는데, 그런 주장으로 손해배상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가 너무 많아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대부분 10대 초반이었는데 위험한 작업에 종사했고, 70년 넘게 보상·배상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믿고 따른 교사 등을 동원해 기망·회유·협박해 지원하게 한 점을 볼 때 위자료가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징용영서에 따라 강제동원된 피해자뿐만 아니라 근로정신대원으로 지원했던 원고 등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 등이 일본에서 이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일본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피고의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소멸 주장도 배척한 사례”라고 밝혔다.

근로정신대는 일본 군수기업에 동원돼 착취당하며 일한 근로자다. 태평양 전쟁 당시 후지코시는 어린 소녀들에게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 주고 상급학교도 보내준다’며 1089명을 데려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당시 12~18세였던 피해자들은 이 같은 교사들의 권유로 근로정신대에 지원해 1944년 가을부터 1945년 7~10월까지 일본 도야마시의 후지코시 공장에서 급여도 받지 못하고 매일 10~12시간씩 군함·전투기 부품을 만드는 작업 등을 했다.

김씨 등은 “일본 전범기업이 대한민국 국민을 강제동원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피해자들의 행복추구권과 생존권, 신체의 자유,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며 2013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10월 1심은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1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피고 측이 항소해 그해 12월 서울고법으로 사건이 접수됐지만 지난해 12월 마지막 재판이 열리기까지 4년 동안 계류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멈췄던 후지코시 소송도 재판이 재개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