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1차 소환부터 일주일간 양 전 대법원장을 5일에 걸쳐 조사한 검찰은 숨 가빴던 ‘마라톤 조사’ 끝에 양 전 대법원장 신병 승부수를 던졌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26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1차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요구로 강제징용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결론을 뒤집으려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2015년 일본기업 측 로펌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는 등 직접 관여한 정황과 증거도 포착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소송에 개입했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조사는 박주성 특수1부 부부장검사가 담당했다.
오후 4시께부터는 사법행정에 반대한 판사들을 사찰하고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혐의 조사에 들어갔다. 단성한 부부장검사와 평검사 1명이 조사를 맡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정숙 변호사 등 변호인 2명의 조력을 받으며 조사에 응했다. 대부분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 담당 법관들이 한 일이어서 모른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곧바로 반나절 뒤인 12일 검찰을 다시 찾아 전날 미처 못다 한 열람을 마쳤다.
2차 조사는 14일부터 3일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재판개입 혐의와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 의혹 등을 집중 조사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헌재 해산결정 후 제기된 옛 통진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및 잔여재산 가압류 사건 등과 관련해 일선 법원의 재판 내용과 결과에 개입하고,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와 동향을 수집하며 헌재소장을 비판하는 취지의 대필 기사를 제공한 혐의다.
또 ‘정운호 게이트’, ‘부산 스폰서 판사’ 등 법관 비위 재판에 개입하거나 수사 정보를 유출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혐의와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으로 편성·집행했다는 혐의도 조사했다.
검찰은 5일간에 걸친 조사 끝에 18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기일은 이르면 오는 21일이나 22일께 열릴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