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군 군북면 장지리 남산마을에 가면 폭 5m의 900m 도로 구간 가운데에 전신주(전봇대) 13개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낮에는 몰라도 야간 통행시에는 가로등도 없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 보인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어 도로 가운데에 전신주가 서 있게 된 것일까.
18일 한국전력 경남본부와 함안군에 그 사유를 물었다.
하지만 한전은 전신주 19기 중 6기는 이설 완료할 책임이 있어 자체 처리할 계획이지만 나머지 13기는 사유지에 자리 잡고 있어 이설 책임은 함안군에 있다고 판단, 함안군에 이설 주체를 판단할 수 있는 ‘도로 고시문(노선지정 고시문)’ 제출을 요구했다.
‘도로 고시문’에는 도로 용도 등이 명기돼 있어 공유지인지 사유지인지 파악할 수 있고 전신주 이설 비용부담 주체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안군은 6개월간 차일피일 미루며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지난 10일에도 같은 자료를 요청했으나 담당자로부터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전은 전했다.
한전은 또 “주민 안전이 먼저라고 판단해 올해 1월 말까지 도로 내 위험 전신주 13기 이설을 완료하고, 추후 함안군에 구상권 청구를 할 계획을 갖고 진행 중이었다”면서 “그런데 함안군이 지난해 12월 말 도로확장공사를 일정대로 밀어붙이면서 (전주가 도로 복판에 서 있는)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전과 함안군청의 이설 주체 갈등으로 전신주가 도로 한복판에 서 있게 되었고, 그 와중에 주민과 차량 운전자들만 사고위험은 물론 통행 불편을 떠안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마을 주민은 “한전과 함안군이 이설 주체 공방만 벌일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하루빨리 협의를 마무리짓고, 전신주를 옮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함안=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