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 회담]김영철, 워싱턴서 폼페이오와 회담
공항 마중나온 비건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점선 안)이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 부장 바로 뒤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보인다. 비건 대표는 김 부장의 비행기가 도착하기 1시간 반 전 공항에 나와 동선 등을 미리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방송워싱턴공동취재단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에 차려진 협상 테이블. 18일(현지 시간) 오전 마주 앉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동은 북-미 간 비핵화 회담의 교착 국면을 풀고 제2차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중대 관문인 셈이다.
○ 美의 예우 속 차분한 행보
북측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워싱턴에 직행한 김 부장은 17일 저녁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영접을 받았다. 오후 6시 50분으로 예정된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의 도착 1시간 반 전부터 공항에 나온 비건 대표는 동선 등을 챙기며 손님맞이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 등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린 김 부장은 귀빈실로 이동해 비건 대표와 환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그는 귀빈들이 이용하는 공항 서쪽의 별도 심사대에서 입국 심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 뉴욕에 도착했을 당시 심사대를 거치지 않고 공항 계류장에 대기하던 차를 타고 곧바로 빠져나갔던 것과는 달리 정식 절차를 밟은 것.
앞서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호텔 영접에 나섰고 방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경호차량을 제공하며 에스코트했다. 김영철 일행은 호텔 정문에 대기하던 50여 명의 취재진을 피해 뒤편에 있는 ‘화물용 쪽문’으로 들어갔다. 김성혜는 오후 11시경(한국 시간 18일 오후 1시)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밤 12시가 넘어 다시 8층으로 접근하려던 취재진에 미국 보안요원들은 “더 이상 접근하면 호텔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 평화협정 등 ‘보따리’ 풀어낼까
김영철의 이번 방미 하이라이트는 백악관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다. 김영철은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데 더 공들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최종 승인을 얻어낸다면 3, 4월로 예상되는 회담 일정이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7일 베트남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설 연휴인 다음 달 4∼8일 이후에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기류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고위급 회담 결과에 따라 이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고 향후 일정 진행에 대한 확답을 주진 않았다.
만약 북-미 양측의 고위급 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오케이 사인까지 떨어지면 이후 스웨덴으로 관심이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에는 이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도착한 상태다. 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스웨덴으로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에 따라 비건 대표까지 합류하면 남북미 3자 비핵화 실무회담 개최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이 첫 상견례에 이어 북-미 실무회담을 진행한다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 그리고 종전선언 같은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의 영변 핵시설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는 물론이고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대북제재 면제와 평화협정 등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던 진일보된 내용들이 집중 논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