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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기후 조작으로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

입력 | 2019-01-19 03:00:00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1815년 4월 10일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다. 1만 년 이래 가장 강력한 폭발로 1400억 t의 분출물이 성층권까지 치솟아 지구 곳곳으로 퍼졌다. 화산재와 황산 입자가 태양빛을 가려 기온이 3∼4도 떨어졌고 여름에 폭설이 내렸다. 그 이듬해(1816년)는 유럽과 북미에서 여름이 사라져 버린 기괴한 해로 기억됐다.

1816년 여름 영국의 두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퍼시 셸리는 스위스 제네바 호수의 한 별장에서 함께 지냈다. 유부남인 셸리는 그해 정식으로 결혼한 메리 고드윈과 영국을 떠나 애정 도피 중이었다. 바이런은 정신과 주치의 존 폴리도리와 여행 중이었다. 그해 여름은 겨울과 날씨가 비슷했다. 차가운 비는 쉴 새 없이 내렸다.

며칠째 집에 갇혀 있던 그들은 음산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괴기소설을 쓰기로 했다. 바이런은 흡혈귀에 관한 내용을 쓰다 말았는데, 그 대신 그해 여름에 실제로 일어난 기상이변과 암울함을 표현한 시 ‘어둠’을 남겼다. 하지만 폴리도리는 바이런의 흡혈귀 소설을 버리기가 아까워 이를 개작한 ‘흡혈귀’(1819년)를 출간했는데 주인공 흡혈귀 루스벤 경은 바이런을 연상케 했다.

훗날 브램 스토커는 루스벤 경을 드라큘라 백작으로 바꾼 ‘드라큘라’(1897년)를 완성시켰다. 셸리의 아내 고드윈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한 과학자가 시체의 뼈와 살을 조합해 새로운 인조인간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썼다. 이것이 ‘프랑켄슈타인: 근대의 프로메테우스’(1818년)이다.

셸리는 대표작 ‘사슬에서 풀린 프로메테우스’에서 정치적 압제를 벗어나 계급, 국가, 국왕이 없는 세상의 자유로운 인간 해방을 꿈꿨다. 고드윈은 근대의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이 통제를 벗어나면 예상할 수 없는 비극을 인간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최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 중 기후 시스템을 조작하려는 시도들도 논의되고 있다. 그중에는 탐보라 화산이 지구 냉각화를 가져온 것에 착안해 반사율이 높은 황 입자를 성층권에 뿌려 햇빛을 우주로 돌려보내자는 방안도 있다. 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바다에 철 성분을 뿌려 플랑크톤을 대량 증식시킨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유전자 조작 식물로 숲을 조성하는 방안, 우주에 거대한 반사거울을 설치하는 방안 등 기후 시스템을 실험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실패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조작하려는 발상의 저변에는 석유와 석탄을 마음껏 쓰면서도 지구온난화는 막겠다는 안이한 생각이 깔려 있다. 마음껏 먹고도 살찌지 않는 다이어트 특효약이 없듯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 외의 것들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또 다른 시도일 따름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