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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전문서 슈터 변신 KCC 정희재 “매일 4~5시간 외곽슛, 농구인생 바꿨죠”

입력 | 2019-01-19 03:00:00

상무 시절 이 악물고 나홀로 연습, 성공률 42% ‘컴퓨터 3점포’ 무장
“수비 밖으로 끌어내는 데 의미”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식스맨에서 정확성을 겸비한 중장거리 슈터로 거듭난 KCC 정희재는 “감독님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 덕분에 슈팅이 과감해졌다”고 말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감독님이 어느 날 ‘너는 슛 안 쏘면 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슛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죠.”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눈을 비비고 다시 볼 만한 선수를 꼽으라면 KCC 정희재(30·195cm)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까지 스크린, 리바운드, 도움 수비 등 궂은일을 도맡았던 정희재는 올 시즌 성공률 41.8%(리그 4위)의 3점슛을 장착했다. ‘수비 전문 식스맨’에서 중장거리 슛을 갖춘 ‘스트레치형 빅맨’(골밑슛과 외곽슛 능력을 겸비한 장신 선수)으로 재탄생한 것.

정희재는 입대 전인 2016년 오리온과의 챔피언결정전이 슛에 대한 열정을 일깨워준 경기였다고 회상한다. “상대 수비들이 나를 외곽에 놔두고 골밑에 도움 수비를 들어가더라. 3점 라인에 무력하게 서 있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내가 외곽슛이 되는 선수였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군대 훈련소에서 그 장면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KCC의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끝난 2015∼2016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한 정희재는 이를 악물었다. 오후 4시 팀 훈련이 끝나면 매일 코트에 남아 4∼5시간씩 슛을 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하다 오후 9시 30분 점호 시간이 가까워 헐레벌떡 뛰어갔던 날도 많았다. “많이 쏜 날은 1000개 정도 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토록 갈고닦은 슛은 뜻대로 터지지 않았다. 전역 후 지난 시즌 복귀한 정희재는 제대를 한 달여 앞두고 당한 어깨 부상으로 슛 밸런스가 무너졌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실전에서는 몸이 굳었다. “슛이 너무 안 돼서 훈련하다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했어요.”

정희재의 슛 감각을 알아본 것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 하승진의 부상으로 생긴 공백에 정희재를 넣은 오그먼 감독은 그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했다. 정희재는 “나를 만날 때마다 ‘슛을 안 쏘면 벤치에 앉히겠다’고 협박하셨다(웃음).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고 쏘다 보니 연습한 감이 돌아왔다. 성공률이 좋아지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슛을 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그먼 감독 취임 이후 정희재는 평균 27분 6초 출전해 7.6득점, 3.6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12경기에서 평균 득점이 1.8점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 개인 기록에 욕심이 날 법하지만 정희재는 “3점슛은 팀플레이를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제게는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역할이 있어요. 스크린을 잘 걸어서 득점이 나거나, 리바운드를 못하더라도 공을 쳐내서 우리 팀이 공격권을 잡으면 제 몫을 한 거죠. 3점슛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많이 넣는 것보다 상대 수비를 제 앞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용인=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