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주말 불청객 ‘초미세먼지’의 정체 안녕, 난 불청객 초미세먼지야 주말엔 ‘나쁨’ 정도로만 괴롭힐게
《먼저 사과부터 할게. 나 이번 주말에도 너희와 함께 있으려고. 정확하게는 20일 오전까지야. 그래 맞아. 나 초미세먼지야. 아휴∼ 인상 찌푸리지 마. 19일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라더군.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 주말은 13∼15일처럼 ‘매우 나쁨’은 아니니까. 그땐 좀 심했지? 나도 친구들이 그렇게 많이 몰려올 줄 몰랐어. 서울 일평균 농도가 역대 최고치인 12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치솟았다며?
근데 왜 또 왔냐고? 이유야 뻔하지. 내가 좋아하는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쌓인 데다 남서풍이 불어 중국 등에서 지원군이 몰려오는 거지. 앞으로 쭉 같이 있고 싶은데 20일 오후에는 내가 젤 싫어하는 차가운 북서풍이 온다네.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려는지…. 그래도 또 만날 거야. 그 말 들어봤지? ‘삼한사미(三寒四微·사흘 춥고 나흘 미세먼지가 짙은 현상).’ 그럼 주말마다 보자고∼.》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내 소개를 하지. 다들 내 이름은 알지? 그래 맞아. 초미세먼지(PM2.5)! 근데 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더군. 먼저 나는 그냥 먼지가 아니야! 갈매기살이 갈매기 고기가 아니듯 난 네 책상 위에 내려앉은 그런 먼지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그런데도 한국인들이 멋대로 내 이름에 먼지를 붙였으니 내가 열 받지 않겠어?
내 영어 이름을 보자고. Particulate Matter. 그래서 약자가 PM인 거야. 이걸 한국말로 풀면 ‘작은 입자의 물질’ 정도겠지. 정확히 말하면 대기오염물질에 탄소 등이 섞인 화합물이라고. 우리 ‘미세먼지(PM10)’ 형은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야. 난 지름이 2.5μm 이하로 훨씬 작지. 그래서 ‘초’미세먼지라고 불리는 거야.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니 너희들 눈엔 보이지도 않아. 그럼 이제 너희들이 궁금한 걸 물어봐.
Q. 넌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거야?
Q. 네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고 느껴지는 건 왜지?
A. 하하하, 네 삶의 일부가 됐다니 기분이 좋네. 하지만 속상하게도 실은 내가 점점 줄고 있어. 못 믿겠다고? 수치상으로는 그래. m³당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 평균 46μg(마이크로그램)에서 2017년 25μg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오히려 1970, 80년대에는 스모그 현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지. 네가 애독하는 동아일보를 찾아봐. 1989년 11월 27일자를 보면 ‘서울 스모그 갈수록 重症(중증)’이란 기사가 있잖아.
어쨌든 나는 줄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내가 많아졌다고 느낄까? 사실 나도 미스터리야. 사람들이 공기 질에 더 예민해진 탓이 아닐까? 또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바로 옆에 딱 붙어 있으니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거야.
Q. 스모그나 황사도 네 형제인 거야?
Q.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우릴 괴롭히는 거야?
A. 남의 나라? 아, 중국! 우리도 모이면 어디 출신인지부터 물어봐. 보통 때는 30∼50%는 중국에서 왔더라고. 13∼15일처럼 전국이 ‘매우 나쁨’일 때는 최대 80%가량이 중국 애들인 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 애들이라고 여기까지 오고 싶었겠어. 그저 바람 따라 정처 없이 온 거지. 탓하려면 겨울철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어오는 편서풍을 탓해야지.
나도 하나 물어보자. 중국 탓하면 뭐가 달라져? 아까 말했지. 난 석탄이나 석유를 태울 때 나오는 배기가스와 매연 등에서 많이 생긴다고. 한국에도 공장이 얼마나 많아? 화력발전소는 또 어떻고. 경유값 싸다고 경유차는 또 얼마나 많이 타고들 다니는지….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당장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라고.
Q. 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거야?
어때? 이제 나에 대해 파악이 좀 돼? 너희들이 나 싫어하는 거, 나도 알아. 나 때문에 어린애들이 귀여운 얼굴을 마스크로 다 덮고 다닐 때는 나도 좀 미안하더라.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 아직 겨울은 많이 남았다고. 이번 주말도 나와 함께 보내자고∼.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