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그 운명의 갈림길에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42년간 몸담았던 법원에서 후배 판사에 의해 구속 여부를 판가름 받게 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그를 지난 11일 첫 공개소환한 지 일주일만이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은 오는 21일 오전에 결정될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해 10월말 임 전 차장을 구속하면서 범죄사실이 소명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며 “증거자료,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점에 비춰 대부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도 범죄사실 소명이 인정될 지 여부가 관심이다. 검찰은 사법부 수장의 지시와 방침을 따랐던 ‘중간 핵심 책임자’인 임 전 차장이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만큼 그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 전 차장 구속 이후 계속됐던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혐의도 이번에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됐다. 이는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으로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관련 인사 문건 등을 확보하고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V’자를 표시하거나 결재한 사실도 확인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공소사실에는 이 혐의가 들어가지 않았다. 이외에도 수사로 추가 혐의나 기간 등 관련 사실이 더 드러난 만큼 임 전 차장과 다소 차이는 있다는 설명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만 적용된 혐의도 있다.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과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무를 사실상 총지휘해 관여 여부가 명확한 임 전 차장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은 최종 결정권자로 공모관계나 지시 여부 등을 두고 다툼의 소지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두 전직 대법관의 경우 첫 구속영장 청구 당시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며 기각됐다.
또 이 같은 증거에 비춰 양 전 대법원장이 단순히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사실이 상당 부분 규명됐다며 영장 발부를 위한 혐의 입증에 자신했다.
다만 최근 추가기소된 임 전 차장의 정치인들 청탁 관련 재판 개입 혐의 등은 양 전 대법원장의 보고·지시 여부에 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별지를 포함해 260쪽 정도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입증이나 소명이 확실한 부분을 위주로 영장을 청구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게)직접 보고한 내용이 의심되거나 추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 임 전 차장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그 같은 진술이 확보되지 않은 부분은 추가수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