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정치’ 확산 속도 빨라질 듯…집단지성 사라진 ‘나팔수의 場’ 될 우려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해줘야 한다. 요새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던데, (팟캐스트와 더불어) 다 한번 정복해볼까 한다.”(유시민, 2018년 12월 22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행사에서)
하지만 ‘볼거리’는 홍카콜라가 더 많다. 3주 먼저 방송을 개시한 데다 거의 매일 새로운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17일 현재 홍카콜라에는 40여 편의 ‘뉴스콕’과 10편의 ‘홍크나이트쇼’, 기타 영상 등 총 60여 편의 영상이 게재돼 있다. 홍 전 대표가 혼자 출연하는 ‘뉴스콕’은 3~4분 분량으로 가볍게(?) 시청하기 좋다. 반면 알릴레오는 매주 메인코너라 할 알릴레오 한 편과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별도의 코너인 ‘고칠레오’ 한 편을 업로드한다. 국내 1세대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대도서관은 자신의 책 ‘유튜브의 신’에 ‘내가 입이 닳도록 말하고 또 말하는 유튜브의 성공 비결은 아주 간단하다. 생방송 말고 편집 방송으로 시작하되, 내가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지속가능한 콘셉트로 기획해 일주일에 최소 두 편씩 1년간 꾸준히 업로드 하라!’고 썼다. 편집 방송이라는 점에서는 두 채널이 동일하지만, 홍카콜라가 주간 업로드 분량이 더 많다는 점에서 ‘대도서관 룰’을 더욱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두 채널의 ‘출사표’에서도 감지되듯 알릴레오와 홍카콜라가 지향하는 바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홍카콜라가 홍 전 대표의 ‘주장 전달’에 주력한다면, 알릴레오는 ‘오해 풀기’에 방점을 둔다. 홍카콜라가 공격수라면, 알릴레오는 수비수다.
유튜브에 채널이 개설된 ‘TV 홍카콜라’(위)와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마련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화면 캡처 장면. [출처·유튜브]
드러내놓고 비난하거나 은근슬쩍 디스하거나
알릴레오는 크게 두 가지 코너로 나뉜다. ‘우리 사회 다양한 정책현안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그 역사와 맥락을 들여다보는’ 알릴레오와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별도의 코너, 고칠레오다. 1월 17일 현재 방송을 개시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판단하기에는 섣부르지만, 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이해는 높이고 오해는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 알릴레오 1·2회에서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초청해 ‘남북, 북·미 관계 현안 및 한반도 평화를 향한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과제’를, 고칠레오 1회에서는 ‘유시민의 정계 복귀는 없다’를, 고칠레오 2회에서는 ‘북한 퍼주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를 다뤘다.
1월 19일 공개되는 알릴레오 3·4회에서는 정태호 청와대 정책실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초대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및 경제정책에 대해 논한다. 2주 연속으로 문재인 정부의 현직자를 초대해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기회를 주는 셈. 알릴레오 1·2회에 출연한 문정인 특보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가”라는 유시민 이사장의 질문에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은 체제 위협으로 느낀다”며 “핵 문제가 풀리면 인권 문제도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알릴레오에서도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성 발언이 발견된다. 고칠레오 2회에서 유 이사장은 “상자에 다른 것을 담는 것은 그들(한국당)이 많이 하던 일 아닌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북한에 귤을 보낸 것에 대해 홍준표 전 대표가 “귤 박스에 귤만 들었겠느냐”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기성언론, 기성정치에 대한 ‘반작용’
영국 극우정당 영국독립당의 당원 폴 조지프 왓슨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브렉시트의 진실’이란 영상의 조회수는 83만 회를 넘어섰다. [출처·유튜브]
보수·진보진영의 유튜브 채널이 없었던 것이 아님에도 알릴레오와 홍카콜라가 방송 초반부터 전례 없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청한 한 인터넷방송업계 관계자는 “대중이 더는 기성언론이나 여의도 정치를 신뢰하기 않기 때문”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최근 몇 년 새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1인 방송시장이 크게 성장한 데는 ‘실시간 댓글’ 등 시청자와 활발한 상호 교류에 힘입은 바 크다. 1인 방송이 도래하면서 시청자도 자신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피력할 수 있게 됐고, 이러한 시청자 의견은 방송 내용에도 즉각 영향을 미친다. 이는 기성방송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중의 방송 참여 욕구가 게임, 예능 분야에서 시작돼 바야흐로 정치 분야로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더해 유시민과 홍준표는 정치에 깊게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지금은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기에 대중의 호응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 소장은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을 많이 활용해왔는데, 최근 들어 페이스북 사용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익명 보장도 약하다. 반면 유튜브는 사용이 확산되는 추세고 익명 보장도 잘 된다. 과거 다음(daum) 카페와 같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역할을 유튜브가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릴레오는 보수언론을, 홍카콜라는 JTBC와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연합뉴스를 ‘주적’으로 삼는다. ‘기성언론을 못 믿겠으니 직접 나서서 말하겠다’는 것이다. 기성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대중도 마찬가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공동연구해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거의 항상 대부분 뉴스를 신뢰한다’는 한국인 응답자는 25%로, 핀란드(62%)와 브라질(59%), 캐나다(58%) 등과 큰 대조를 보였다. 반면 팟캐스트 이용률은 가장 높았다. 팟캐스트 이용 조사 22개국의 평균 이용률이 34%인 데 반해 한국의 이용률은 58%에 달했다. 동영상도 많이 본다. 역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33.6%이다. 온라인 동영상으로 뉴스를 볼 때는 주로 유튜브를 이용한다(그래프 참조).
정치인이 직접 나서 정치 현안을 설명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분량이나 빈도 제한 없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회적 효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내 식구만 초대한다?!
‘TV 홍카콜라’에는 배현진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위), ‘유시민의 알릴레오’에는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가 각각 고정 출연한다. [출처·유튜브]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확증 편향 효과를 증대한다. 이용자의 콘텐츠 선호도에 따라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를 추천해주기 때문에 홍카콜라 시청자는 보수진영 콘텐츠를, 알릴레오 시청자는 진보진영 콘텐츠를 주로 보게 될 개연성이 높다. 홍카콜라를 거듭 검색하자 기자의 유튜브에는 ‘유시민이 백날 떠들어도 소용없는 이유!’ ‘정부에서 밀어줬지만 망한 신도시 Top 3’ ‘숨 막혀서 못 살겠다, 응답하라 문재인 판도라’ 등의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올라왔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는 “정치인 유튜브 채널의 경우 비슷한 생각을 가진 패널들만 출연해 자신의 목소리만 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송 교수가 2008년 발표한 논문 ‘미국 유튜브 정치의 시민 참여’는 2007년 미국 대선 때 유튜브가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후 캐나다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환경 정책에 관한 시민토론회를 여는 등 유튜브가 토론 공간의 역할을 했다”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교집합을 만들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지 않고 유튜브를 그저 선동 도구로만 활용한다면 유튜브가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공간이 아닌, 나팔수의 장(場)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작자 겸 출연진으로 홍카콜라에 참여하고 있는 배현진 전 한국당 대변인은 잘 알려졌다시피 홍 전 대표가 한국당에 영입한 인물이다. 홍크나이트쇼에 초대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김태우 동국대 행정대학원 석좌교수는 역시 이명박 정부 때 통일연구원 원장을 지낸 보수진영 인사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보수 우파로 분류되며,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해 연말 홍 전 대표 주도로 설립된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포럼’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거듭하고 있는 이병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 교수는 프리덤코리아포럼 창립식에서 ‘이게 경제냐?’란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월정액제 서비스인 ‘채널 멤버십’ 가입을 권유하는 유튜브 화면 예시. 채널 멤버십 가입자에게는 매달 4990원이 과금된다.
‘구독 후원’으로까지 발전할까
강정수 대표는 여기에 더해 “유튜브는 수익을 올리는 측면에서도 페이스북이나 팟캐스트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정치 영역에서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독자 수나 조회수에 비례해 유튜브 광고 수입은 늘어난다. 또한 유튜브는 최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41개국에서 ‘채널 멤버십’이라는 월정액제 기능을 출시했다. 구독자를 3만 명 이상 확보하면 구독자에게 월 4990원의 월정액 서비스 가입을 권유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각 채널은 월정액 서비스 가입자에게는 실시간 채팅 등 일반 구독자가 누릴 수 없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거둬들인 구독 수입의 30%는 유튜브가, 70%는 각 채널이 갖는 것으로 알려진다. 10만 명의 월정액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할 경우 월 3억5000만 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10만 명×4990원×0.7).
알릴레오와 홍카콜라는 진영 전쟁의 대척점에 서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생관계를 이룬다는 분석도 있다. 크게 화제몰이를 하면서 많은 국민의 관심을 유튜브로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채널 ‘덕분에’ 최근 여타 유튜브 정치 채널도 구독자 수가 올라가는 추세다. 송경재 교수는 “유시민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계 진출은 안 한다’고 공개 선언했지만, 후원 세력으로서 정치 활동, 킹메이커로서 정치 활동을 이미 시작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홍카콜라와 알릴레오는 둘이 경쟁관계라는 세간의 시선을 거부한다. 홍 전 대표는 홍카콜라에서 ‘유시민 유튜브’에 대해 “친북 좌파들의 반상회에 불과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알릴레오 제작진을 이끌고 있는 이한인 노무현재단 사무차장은 “우선은 1년간 지속할 계획으로 알릴레오를 시작했다”며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정책을 풀어내고자 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73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