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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진술’ 동료 수감자 협박 드들강 살인범 벌금형

입력 | 2019-01-20 08:51:00

광주지방법원 전경. © News1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동료 수감자를 협박한 살인범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황성욱 판사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1)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전남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지난 2017년 11월7일쯤 동료 수감자 A씨에게 ‘나중에 교도소에서 나를 만나면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편지를 보내는 등 A씨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A씨가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과 관련해 불리한 진술을 했다며 앙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편지에서 ‘원망하고 저주하며 살겠다’, ‘생이 마감될 때까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등의 내용도 함께 적었다.

재판부는 “김씨의 편지 내용을 보면 자신에 대한 범죄사실의 제보와 관련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A씨에게 향후 어떠한 경위로 다시 같은 교도소에 수용될 경우 생명, 신체에 해약을 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협박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 만큼 김씨가 주장하는 위해를 가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2016년 6월 교도소 운동장에서 A씨에게 “어떤 놈이 나에 대해 검찰에 흘리고 다닌다. 묻어버려야 한다”고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동장이 개방돼 있어 교도관의 시선을 피해 제소자들이 회합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2001년 2월 4일 새벽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던 박모양(당시 17세)이 성폭행을 당한 후 벌거벗겨져 강에 빠져 숨진 사건이다.

목이 졸린 흔적은 있었지만 사인은 익사였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분류했다.

미제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가던 사건은 발생 10년이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박양의 몸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당시 DNA가 일치한 것은 다른 범죄로 무기징역의 형을 확정받은 김씨였다.

사람들은 진범이 잡혔고 미제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했지만 검찰은 김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박양 시신에서 김씨의 DNA가 발견됐지만 김씨가 “서로(용의자와 박양) 좋아하는 관계에서 성관계를 갖는 사이였다”고 진술했고, 당시에는 성관계와 사망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5년 뉴스1을 비롯한 언론이 이 사건을 재조명하기 시작하면서 경찰이 전면적으로 재수사에 들어갔고,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김씨가 수감 중인 교도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조사를 벌여 김씨를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김씨와 이 사건에 대해 나눈 이야기, 사건 직후 찍은 알리바이용 사진을 계속 보관한 점 등을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20년간의 전자장치 부착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김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7년12월22일 대법원도 김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원심의 형을 확정하면서 진범이 16년 만에 가려지게 됐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