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대학 중퇴하고 삽화가로 일하다가 CIA 첩보원으로 발탁 타고난 변장술로 “영화 촬영한다” 핑계로 이란 잠입해 미국인 인질들 구출해 CIA 최고 영예 훈장 받고 은퇴…“얼굴 변장보다 중요한건 행동 변장”
19일 별세한 영화 ‘아르고’ 속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 토니 멘데즈가 2009년 펴낸 회고록 ‘변장의 대가’. 출처 아마존닷컴
학비를 낼 형편이 안돼 콜로라도대를 중퇴하고 삽화가로 일하던 멘데즈는 1965년 CIA에 들어가 1980년 1월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호메이니 혁명정부의 인질로 잡혀 있던 미 국무부 직원 6명을 구출해냈다.
구출 작전을 위해 멘데즈는 영화 ‘혹성탈출’과 ‘스타트렉’ 예술감독을 맡았던 친구 존 체임버스, 훗날 ‘ET’에 참여한 특수분장전문가 밥 시델을 영입해 로스앤젤레스에 ‘스튜디오 식스’라는 가짜 영화제작사를 차렸다. 이들은 ‘아르고’라는 공상과학(SF) 영화를 제작한다고 버라이어티, 할리우드리포터 등 영화전문지에 광고까지 냈다.
배우 벤 애플랙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아르고’에 나온 자동차 추격전 등 액션 장면은 1980년 구출 작전 이야기를 담은 멘데즈의 회고록 ‘변장의 대가(The Master of Disguise)’를 영화로 각색하며 상상으로 더해진 장면이다.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정부에 의해 억류된 미국인 인질 6명을 무사히 구출한 토니 멘데즈(왼쪽)가 1980년 3월 12일 백악관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출처 wikipedia.org
흑인 첩보원과 아시아인 외교관을 백인 사업가로 변장시키기도 했던 멘데즈는 “외모를 변장시키는 건 위장술의 가장 쉬운 부분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조해 만들어낸 인격이 오랜 세월 살아온 배경에 어울리는 언행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