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5시간’ 정용진 부회장 실험 1년… 이마트 업무 ‘선택과 집중’
17일 오후 5시경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1층 어린이집에서 코스메틱개발팀 장명희 과장이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장 과장은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근무시간 동안 긴장감은 높아졌지만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세계그룹 제공
장 과장이 달라진 건 2018년 1월 신세계가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계열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는 하루 7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다. 오후 5시 20분이 되면 업무 컴퓨터는 자동 종료된다.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주 35시간 근무제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시행하는 것으로 성공적 사례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파격적 제도 시행 1년 동안 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 업무 강도 높아졌지만 ‘긍정적 스트레스’
‘워라밸’ 박지민 과장
‘집중 근무’ 정병규 부장
오후 5시 퇴근을 원칙으로 하면서 야근 때면 하던 ‘번개 술자리’나 회식도 거의 사라졌다. 각자 업무가 바쁘기 때문에 회의 때 팀장들이 ‘일장 연설’을 하는 경우도 없어졌다. 정해진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회의 시간도 최대 30분으로 정해놓고 진행하는 부서가 대부분이다.
○ 야근율 32%에서 1% 미만으로
물론 지난 1년간 여러 시행착오도 거쳤다. 장 과장은 “시행 초기에는 갑자기 높아진 업무강도 때문에 몸살이 나는 직원이 있을 정도였다”며 “마라토너가 하루아침에 단거리 육상선수로 변신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업무에 집중한 만큼 시간적 보상이 뒤따르면서 이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업무처리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주변 우려와 달리 일의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게 직원들의 반응이다. 박 과장은 “불필요한 현장 업무는 줄이고 협업을 늘려 업무 속도를 끌어올렸다”며 “경영진이 강한 의지를 갖고 전사적으로 실시한 제도인 만큼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부득이하게 야근을 해야 할 경우에는 일한 시간만큼 늦게 출근하는 등의 유연근무제를 통해 주 35시간을 맞추고 있다. 명절 시즌이나 월말 결산 등 바쁜 시기에는 부서별, 업무별 특성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한다. 신세계의 근로시간이 대폭 줄면서 협력업체가 업무처리에 불편을 겪는 등의 문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직 근무자가 있지만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해당 담당자가 퇴근해 고객 응대나 업무처리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신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