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매물 인수경쟁 점화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매각 주간사회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28일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에 대해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뒤늦게 매물로 나온 롯데캐피탈의 예비입찰은 다음 달 중순에 열릴 예정이다. 롯데 측은 실사와 본입찰 등을 거쳐 4월 중순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롯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 10월까지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 당장은 롯데지주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지분만 팔면 된다. 하지만 현재 지주에 속해 있지 않은 다른 계열사들도 향후 지주사 편입 가능성에 대비해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가급적 처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캐피탈은 당기순이익이 2016년 1055억 원에서 2017년 1175억 원으로 증가했다. 알짜 회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침체기에 부실 위험이 큰 기업대출에 비해 개인대출이나 할부 리스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은 소매 분야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시장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국내 손해보험 전체 시장에선 9위이지만 퇴직연금 분야에선 2위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대거 가입한 퇴직연금 계약을 그대로 인수하면 고령화시대에 대한 선제적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리스크를 깐깐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당국이 자본을 더 늘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3사를 패키지로 묶어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별로 관심 매물이 달라 롯데 측은 우선 예비입찰을 진행한 뒤 패키지 또는 개별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인수 후보로는 한화그룹, KB·BNK금융지주 등 전략적 투자자(SI)와 MBK파트너스, IMM PE, 오릭스 PE,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PEF) 등이 거론된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한화는 롯데백화점의 유통 데이터를 갤러리아백화점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다. 또 그룹 내 카드와 캐피털이 없는 만큼 금융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MBK파트너스는 앞서 한미캐피탈(현 KB캐피탈)과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 경험이 있다. 현재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카드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신한카드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다. BNK금융지주는 방카쉬랑스 시너지를 노리고 롯데손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