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서 70여국 회의 추진했지만 EU 외교안보 대표-佛 등 불참 결정 회의 코앞인데 명칭-주제도 못정해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 강화를 위해 다음 달 폴란드에서 개최할 대규모 국제회의가 반쪽 행사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칭 및 주제도 정해지지 않았고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보이콧’ 움직임도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EU와 미국은 미국의 일방적 이란 핵협상 탈퇴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 추진 등을 놓고 줄곧 마찰을 빚어 왔다.
19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언론 더내셔널 등은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 유럽 주요국의 불참이란 큰 장애물을 만났다”고 전했다.
미국은 다음 달 13∼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릴 이 국제회의에 반(反)이란 전선에 동참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국가를 초청했다. 이 외 EU 회원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나라에도 초청장을 보내 당초 예상 참가국이 70개에 달했다.
중동에서도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란의 영향력 억제’라는 큰 틀을 제외하면 당최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다. 미 국무부는 “테러, 극단주의, 미사일 개발 및 확산, 해상 무역과 안전 등을 논의할 것”이란 두루뭉술한 설명만 내놓은 상태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회의에 참석할 것이 확실시된다. 타임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19일 “거듭된 부패 스캔들로 최대 위기를 맞은 네타냐후 총리가 4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큰 기회를 잡았다”고 보도했다. 그가 세계 언론의 주목이 쏠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해 중동 주요국 정상과 나란히 사진을 찍으며 이스라엘 국민에게 자신의 지도력을 과시할 것이란 뜻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맺은 정전협정에 대한 이스라엘 사회의 내부 반발, 자신과 가족의 부패 수사 등으로 입지가 흔들리자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약 8개월 앞당겼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을 제외하면 주요 아랍국으로부터 ‘온전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