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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셧다운 장기화에 ‘피자 특수’

입력 | 2019-01-21 03:00:00

부시, 경호원들에게 직접 배달… 加관제사들 美동료에 보내기도
트럼프 “국경장벽 예산 통과땐 불법체류자 자녀 추방 유예 연장”
민주당에 타협안 제안했지만 퇴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로 인해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비밀경호국 소속 경호원들에게 격려의 뜻으로 피자를 선물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 사진이 플로리다주 모처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인스타그램

민주당과의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대치에서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처럼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즉각 제안에 대해 수용 거부를 밝혀 해결 가능성이 다시 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시작된 셧다운 29일째인 1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의회가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 주면 불법체류자 자녀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3년 연장하겠다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또 대규모 자연재해나 내전을 겪은 남미·아프리카 국가 출신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임시보호지위(TPS)’ 갱신 중단 조치도 유예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12년 만들어진 ‘다카’는 불법체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자녀들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다카’를 폐지하면서 “6개월 동안 추방을 유예하겠으니 의회는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었다. 의회가 대체 입법 마련에 실패하면서 ‘다카’ 신청이 재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을 겨냥해 ‘거지 소굴’ 운운하며 맹렬히 비난해왔다. 취임 후 불법체류자 문제에 인정사정없이 대응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정국에서 ‘다카’ 이슈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동안 주장해온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큰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 국경장벽을 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공화당 내에서조차 “장벽 건설 예산권을 가진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우려와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전부터 이번 타협안은 ‘도착 시 사망(DOA)’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드리머’(추방 유예된 불법체류 자녀들)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유예 기간만 늘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제안은 이미 예전에 거부됐던 것”이라며 “애초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며 즉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한편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피자 특수’도 생겼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19일 셧다운으로 월급 없이 자신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소속 경호원들에게 피자를 직접 전달하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나와 아내 로라는 월급을 받지 못한 채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경호팀과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지도자들은 정쟁을 옆으로 치워두고 초당적 협력을 이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달 13일에는 캐나다 관제사들이 무급으로 일하는 미국 동료 관제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미 전역 관제탑 49곳에 피자 350판 이상을 돌렸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