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에 쑥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묵묵히 지원해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성공을 누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0일 오후 8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19 UAE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 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페어 플레이 점수까지 따진 끝에 가까스로 16강에 합류한 베트남은 B조 1위 요르단을 누르고 8강에 안착했다. 베트남의 아시안컵 8강 진출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는 16강 없이 조별리그 이후 곧장 8강을 실시했다.
베트남은 전반 39분 바벨 압델 라흐만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반격에 나선 베트남은 후반 6분 응우옌 트룽 호앙의 크로스를 응우옌 콩 푸엉이 넘어지면서 오른발로 마무리해 균형을 맞췄다. 승부차기에서는 키커들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골키퍼 당반램은 선방으로 방점을 찍었다.
박 감독은 “기본틀인 3-4-3을 유지했다 꽝하이가 밀집 지역에서 봉쇄당할 우려가 있기에 측면이나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공을 받게 했다. 그 자리를 도훙둥이 들어갔는데 그 부분이 잘 됐다”면서 “선수들이 전술적 임무를 100% 수행했다“고 칭찬했다.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나 혼자의 팀도 아니고 나 혼자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은 선수들, 코칭스태프, 밤낮없이 뒷바라지 않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항서 매직’은 감독이기에 붙여주는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2연패를 당하고 베트남 언론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왔다. 이기면 다 넘어가고, 지면 비판적인 기사가 나온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똑같은 것 같다”고 말해 회견장을 지킨 한국과 베트남 취재진을 웃음 짓게 했다.
-경기 소감은.
“예선전 1승2패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회복 시간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맙다. 폭스스포츠 기자가 우리보고 수비 축구를 한다면서 혹평했다는 기사를 봤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나는 수비 축구라고 인정하기 싫다. 우리는 철저히 실리 축구를 한다. 수비 축구라고 말하지 말고 실리 축구라고 해달라.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지금 하는 축구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중 누가 좀 더 쉬울까.
“우리한테 쉬운 상대는 없다. 다 어려운 상대다. 16강에 올라온 팀들은 FIFA 랭킹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
“우리 베트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지에서의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하나의 팀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잘 안다.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나와 선수들이 다짐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경기장에서 끝까지 싸워달라고 이야기했다.”
-전반과 후반 경기력이 달랐는데 뭐가 바뀌었는가.
요르단 경기를 분석하면 주로 측면과 롱패스가 많더라. 사실 오늘 요르단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약간 신중하더라. 이것이 우리에겐 도움이 됐다. 롱패스는 대비한대로 잘 막았다. 상대 측면 공격수를 공격 쪽에 위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양 윙백들을 전진시켰다. 그 부분도 상당히 잘 됐다. 상대가 역습에 능해 은구옌 후이 훙을 많이 전진시키지 않았다. 공격시 측면을 노렸는데 전술적으로 선수들이 잘 수행했다.”
-전술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기본틀인 3-4-3을 유지했다. 꽝하이가 밀집 지역에서 봉쇄당할 우려가 있기에 측면이나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공을 받게 했다. 그 자리를 도훙둥이 들어갔는데 그 부분이 잘 됐다. 득점도 나왔지만 상대 측면 공략이 목표였다. 선수들이 전술적 임무를 100% 수행했다. “
-‘박항서 매직’이라는 표현은 어떤가. 8강까지 갔는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결과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는데 나 혼자의 팀도 아니고 나 혼자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은 선수들, 코칭스태프, 밤낮없이 뒷바라지 않는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항서 매직’은 감독이기에 붙여주는 것 같다. 혼자의 결과가 아니다. 2연패를 당하고 베트남 언론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왔다. 이기면 다 넘어가고, 지면 비판적인 기사가 나온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똑같은 것 같다.”
-승부차기가 잘 됐는데 연습을 좀 했나.
“승부차기에서 성공한 기억도 있고 실패한 기억도 있다. 23세 대회에서는 성공했는데, 아시안게임에서는 패했다. 16강 진출 후 이틀 밖에 훈련 기간이 없었다. 이 기간 동안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 내 나름대로의 기준은 있다. 대부분 코치에게 맡겼는데 오늘은 혼자 리스트를 작성하고 마지막에 이영진 코치와 상의했다. 킥력도 좋고 연습 때는 잘 찼다. 부담 때문인지 (4번째 키커인 민부옹이) 실축을 했는데 그래도 그 선택은 나름대로 잘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실리 축구라는 말을 꺼낸 이유가 뭔가. 오늘은 후반이 더 좋았는데 하프타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나도 한국 인터넷을 가끔 본다. 폭스스포츠의 아시아 담당 기자가 쓴 베트남이 수비 축구를 하면 한계가 도달한다는 기사를 봤다. 수비 축구는 당연히 맞다. 그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실리 축구라고 생각한다. 전반 종료 후 특별한 주문은 없었다. 리드를 당하고 있었기에 상대 롱패스에 대한 부분을 준비시켰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우리 페이스를 가져왔다.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꽝하이 위치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두바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