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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갈아엎어도 배춧값은 계속 폭락…농식품부 예측 빗나가

입력 | 2019-01-21 06:04:00

지난달부터 배추 시장격리만 3번, 가격하락 속수무책
부정확한 재배면적 조사로 농가서 ‘깜깜이’ 작물 선택



가격하락에 따른 배추 수급안정을 위해 해남군이 1월말까지 가을·겨울배추 1만1802톤에 대해 산지 폐기에 나섰다. 사진은 해남군 문내면 동외리 배추밭 폐기 모습(해남군 제공)


최근 배춧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농민들에게 배추밭을 갈아 엎으라며 시장격리 조치를 발동했지만 여전히 가격하락을 막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산지폐기 등이 포함된 시장격리만 3차례, 농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예상 재배면적이 정확하지 않아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월동배추의 가격 안정을 위해 산지폐기 방안 등이 포함된 2만5000톤 규모를 시장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1만9000톤의 시장격리를 발표한 후 약 20여일 만에 또 다시 시장격리에 나선 것이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 달 4일에도 배추 3000톤의 수매 비축을 실시했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내린 조치였지만 첫 조치가 내려진 이후 1월 중순까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지난달 포기당 1230원(도매가격 기준)이던 배추가격은 이달 중순 들어 975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당초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인 김장 규모가 줄긴 했지만 당시 가을배추의 재배면적 감소로 생산량도 줄어든 터라 평년대비 소폭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 겨울 이상기상이 발생하지 않고 양호한 기상여건이 이어지면서 월동배추의 생산량은 평년보다 33만톤 이상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공급은 결국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미 농가에서는 이번 배추가격 폭락이 일정 부분 예견됐던 만큼 농식품부의 선제적인 조치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요 산지에서 이뤄진 작물 의향조사에서 이미 적정수요를 웃도는 수준의 재배면적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면서 농가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부실한 수급관리 정책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은 “밭작물은 재배면적이 10~20%만 줄거나 늘어도 가격은 70~80%가 널뛰기를 한다”며 “농민들이 파종 직전 전달받아야 하는 재배면적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농식품부가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수급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통계청 등에 의존하는 재배면적 예측 자료를 넘어, 농협과 지자체 등을 활용한 보다 면밀한 재배면적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농가 관계자는 “이미 일부 농가에서는 기상상황을 고려할 때 초겨울부터 올 겨울 배추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농식품부가 배추 가격이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뒤늦은 수급대책으로 뒷북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