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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만 당한게 아냐”…서구 언론들, 日 ‘인질수사’ 비판

입력 | 2019-01-21 15:28:00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일본에서 장기 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자 일명 ‘인질 수사(hostage justice)’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N에 의하면 일본의 이같은 수사 방식으로 고통을 받은 서방 유력 기업인은 곤 전 회장 한 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검찰이 추가 혐의에 대해 용의자를 재소환, 자백을 목적으로 구금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CNN과 유럽 매체 등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는 이를 통해 장기간 구금이 가능하다며 일명 ‘인질 수사’라고 표현하고 있다.

곤 전 회장은 배임·보수 축소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19일 체포됐으며 두 달 넘게 구금 상태다. 곤 전 회장의 부인 캐럴 곤은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 일본 지사에 남편이 매일 수시간 동안의 심문을 받는 등 가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9쪽 분량 서한을 보냈다.

캐럴은 “일본에서는 용의자들이 변호사가 없는 곳에서 일상적, 반복적으로 심문을 받는다”며 “기소 전까지 보석 가능성은 없고 변호사 접근도 제한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남편이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며 “검찰은 매일 몇 시간씩 변호사 없는 곳에서 그를 심문하고, 비꼬고, 질책한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구금 기간 가족들과의 면회가 금지됐으며 변호사와 대사관 직원 정도만 만남이 허용됐다.

한때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 설립자인 마크 카펠레스 역시 일본의 이같은 수사 방식에 대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운트곡스는 2014년 대규모 해킹으로 5억 달러(약 5638억원) 가까운 가상화폐가 사라지면서 결국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사법당국은 2015년 프랑스인인 카펠레스를 체포했으며 횡령 및 신탁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카펠레스는 구금돼 있던 약 11개월 반 정도의 기간을 ‘악몽’이라고 표현하며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50일 연속 자신을 심문했다고 밝혔다. 심문 후에는 6㎡(약 1.8평)의 유리창 없는 독방에 갇혔으며 하루 10시간 이상 허리를 굽히지 못하고 꼿꼿하게 앉아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카펠레스가 구부정하게 앉아있거나 낮잠을 잘 경우 경비들이 문 앞에서 소리쳤으며, 한 번은 징벌방에 끌려가 손을 뒤로 묶인 채 몇 시간 동안 방치되기도 했다. 그는 구금 기간 동안 몸무게 35㎏ 가량이 빠졌다고 기억했다.

카펠레스는 2016년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재판이 끝나지 않으면서 일본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최종 평결은 오는 3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체포된 지 약 4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용의자들이 외부인들과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는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제프 킹스턴 템플대 일본 캠퍼스 교수는 “이 ‘인질 수사’ 시스템은 견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법조계는 시스템상 문제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도쿄에 본사가 있는 법률회사 오카베&야마구치 파트너인 야마구치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우리 사법 시스템을 지지한다”며 “범죄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재 사법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검찰 측은 곤 전 회장 수사와 관련, 일본 사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지 법 체계를 설계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면서 “수사 및 심문은 법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곤 전 회장 측의 부당한 구금 주장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