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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한인 마약상 체포…국정원 숨은 공로 있었다

입력 | 2019-01-21 16:09:00


 지난해 12월12일 새벽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의 한 아파트. 국가정보원 공작관 2명이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이곳을 덮쳤다. 2017년 중순부터 1년 반 이상 공을 들인 마약조직 소탕 작전의 정점이 된 순간이다.

이 아파트는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밀반입해 판매한 해외 총책 한모(58)씨의 은신처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평소 거래를 통해 알고 지내던 국내 총책 이모(46)씨를 캄보디아로 불러 들여 필로폰 밀반입 판매를 공모하고 밀반입책을 모집하게 한 인물이다.

단잠을 자던 한씨와 내연녀 및 자금세탁책은 이날 새벽 공작원들의 급습에 비몽사몽 중에 검거돼 지난 18일 국내 송환됐다.

작전의 시작은 2017년 5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캄보디아는 한씨가 “마약을 국내에 공급할 계획으로 갔다”고 경찰에 진술할 정도로, 마약 제조·유통의 새롭게 떠오르는 거점 국가다.

국정원은 2010년 이후 세계 필로폰 제조·유통의 배후인 대만·중국의 마약조직이 자국의 단속 강화로 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태국·인도네시아 등으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캄보디아 내 한국인 마약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게 됐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필로폰 1㎏을 수백만원에 구입한 한씨는 SNS에서 직접 국내 투약자와 거래한 후 이씨를 통해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했다. 미리 약속한 장소에 소분한 마약을 은닉하고 구매자에게 가져가게 하는 판매 방식이다.

이같은 수법으로 한씨가 국내에 밀반입해 판매한 필로폰 양은 현재까지 약 6㎏로 확인됐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임을 감안할 때 20만회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밀반입에는 앙코르와트 공짜 여행 및 회당 수수료 300만원을 미끼로 내걸고 30~60대 주부 또는 무직 여성 12명을 동원했다. 이들에게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운반하는 일이라고 속여 속옷 안에 숨겨 옮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 검거에는 그와 국내 밀반입책 간 연락책 역할을 한 김모(37)씨 검거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0월19일 김씨를 검거해 국내로 송환한 국정원은 이후 김씨의 진술과 외국인 협조자의 제보, 자금세탁책 SNS 등을 분석해 한씨의 위치 정보를 파악해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과 국정원의 공조로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한 사례다. 2017년 5월 필로폰 단순 투약자를 검거한 경찰은 지난해 4월 국내판매 총책 이씨 부부 및 수도권 판매총책 최씨를 구속한 데 그치지 않고 해외 공급총책을 찾기 위해 국정원에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해외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한 사람을 송환하지 않으면 국내에 새로운 판매망을 형성해서 계속 필로폰을 공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같은 절차를 밟았다”고 전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경찰과의 실무회의를 거쳐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며 “해외에서 업무 경험이 축적된 국정원이 해외 거점을 와해하고 경찰이 국내 연계사범을 검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서부경찰서는 캄보디아에서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한 한씨 등 일당 25명과 투약자 18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내 송환된 한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규모를 확인하는 등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캄보디아 현지에서 필로폰을 공급한 조직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추적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