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고객친화형 ‘공간 마케팅’
LF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매장 ‘라움이스트’ 안의 놀이문화공간 ‘부키부키’(위쪽 사진). LF는 부키부키 옆에 카페를 만드는 등 소비자를 배려하는 ‘공간 마케팅’을 추구하고 있다. LF 제공
LF가 상품 판매에 가장 공들여야 하는 1층을 변신시킨 것은 ‘고객 지갑을 열게 하겠다’는 과거 마케팅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콘셉트의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소비자가 LF의 ‘팬’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소비자를 배려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공간에 소비자가 오래 머물다 보면 지갑은 저절로 열린다고 본 것이다. LF 관계자는 “왠지 모르는 편안함이 재방문이나 재구매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얼마나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얼마나 많이 판매할 수 있을지의 개념으로만 오프라인 공간을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에서도 눈에 띄는 공간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경기 안산점을 오픈하며 업계 관행을 벗어 던졌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1층은 평당 매출이 높은 화장품 매장이 자리하지만 안산점 신관의 경우 1층에 라이프스타일 매장 ‘무인양품’을 배치했다. 2층에도 주로 고층부에 있던 아동·유아 매장을 설치하고 330m² 규모의 뽀로로 키즈 카페를 유치했다. 30, 40대 부모가 많은 안산 상권의 특성을 고려한 대담한 시도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지난해 10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메종 키츠네 플래그십 스토어’도 독특한 공간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패션 상품과 음악, 커피 및 음료, 디저트 등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11월 커스텀멜로우 홍대 매장을 ‘커스텀멜로우 프린츠’로 리뉴얼 오픈했다. 아티스트 협업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해당 아티스트의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식품 매장의 변신 사례도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4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로에 브랜드 체험 공간 ‘맥심 플랜트’를 오픈했다. 맥심이 선별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수십 년간의 커피 문화와 최신 커피 트렌드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채널이 급증하고 있지만 고객들과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공간을 변신시키려는 시도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최대한 고객들이 자유를 느끼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