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세가 길어지면서 새해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청약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모습이다. 수도권과 광역시 가운데 입지가 좋은 곳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높은 청약경쟁률에 1순위 마감행진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청약 시장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올해 청약시장은 ‘되는 곳만 되는’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결제원의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이달 18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전국의 민간 아파트 13개 단지(50채 이상) 가운데 7곳이 1순위로 마감됐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가장 높은 단지는 GS건설이 경기 하남시 북위례에서 분양한 ‘위례 포레자이’였다. 487채 모집에 1순위 청약통장 6만3472개가 몰려 평균 경쟁률이 130 대 1로 집계됐다. 최고 경쟁률은 726 대 1(전용면적 108m², 기타지역)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최근 하락세에도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선호현상 역시 청약시장의 열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민간 아파트는 37만2539채로 지난해(21만6283채)보다 약 72% 많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 7만1065채, 경기·인천에서 14만6274채가 나올 예정이다. 수도권에서 입지가 나쁜 지역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나올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달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인천검단신도시 한신더휴’는 889채 모집에 1014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일부 평형은 미달됐다. 같은 곳에서 분양한 ‘인천검단신도시 우미린 더 퍼스트’ 역시 평균 경쟁률이 3 대 1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인근 계양구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발표하면서 입주물량 증가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제주 등에서도 1순위 미달 아파트가 나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