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1인극 ‘새닙곳나거든’
연극 ‘새닙곳나거든’에서 대형 붓에 먹을 묻혀 한지 위에 큰 줄을 긋는 장면. 문인 최경창을 그리워하는 홍랑의 몸짓으로도 해석된다.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제공
1인극 ‘새닙곳나거든’은 관기 홍랑과 조선 8대 문장가인 최경창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최경창의 죽음 이후에야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두 사람을 그렸다. 실제 역사 기록에 따르면, 최경창은 과거 급제 후 함경도로 부임하러 가는 길에 한 마을에서 홍랑을 만난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서로를 사랑했지만 양반과 기생이라는 신분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게다가 최경창은 이미 결혼해 아내가 있던 몸. 홍랑은 최경창이 병으로 죽고 나서야 그의 무덤 곁을 3년간 지키다 결국 자해와 죽음으로써 그의 뒤를 따른다.
극 중 홍랑과 최경창을 홀로 연기한 지현준 배우는 70분간 대사 한마디 없이 김시율 음악감독의 고적한 피리 연주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무대 옆 산수화 병풍에 새겨진 18수의 시 내용에 맞춰 둘의 마음속 목소리를 표현한다.
극의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던 홍랑은 먹물로 한지를 흠뻑 적셔 찢은 뒤 한지 아래로 몸을 구겨 넣는다. “텅 빈 최경창의 서재에서 알몸이 되어 그의 글을 어루만진다”는 구절에 따라 한지 아래를 굴러다니며 죽음을 표현한다. 죽어서야 비로소 하나가 된 둘의 기괴한 몸짓은 시의 구절처럼 ‘차라리 춤’이 된다. 27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전석 3만 원.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