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yBa 대표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Flicker·Gazanfarulla Khan·CC BY-ND 2.0
김민 기자
최근 미술품 컬렉터들에게 충격을 준 뉴스가 있다.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2008년 경매 사상 최고가로 판매한 작품들의 가치가 최근 꾸준한 하락세라는 소식이다. 전문 매체 아트넷에 따르면 2008년 810만 달러(약 90억 원)에 팔렸던 작품 19점이 반 토막에 가까운 520만 달러(약 58억)에 팔렸다. 거래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손해다.
허스트의 하락세는 예술작품의 가치 기준을 고려하면 예측된 결과다. 작품의 가치는 사회, 경제, 대중과의 소통 등 여러 기준이 복합 작용한다. 그중 가장 지속성 있는 가치는 시대정신과 역사다. 인상파를 태동한 미술사적 가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보여준 밀레의 ‘만종’이 변함없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국제적으로 의구심이 제기되지만, 놀랍게도 국내에선 yBa를 내세우는 분위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일부 국내 갤러리는 여전히 ‘yBa 출신’을 강조하며 억대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작품 가치를 주체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타이틀’에 의존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경악스럽다”고 한탄했다.
미술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터너 상’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도 터너 상 수상 작가를 내세운 전시가 꾸준히 이어졌다. 정작 영국에서는 발표 때마다 논란이다. 킴 하월스 전 영국 문화장관도 “엉망진창”이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영국 작가를 위한 상이기에 유럽 대륙으로만 가도 별 관심이 없다. 유독 국내에서만 권위 있는 상으로 대접을 받는다. 심지어 터너 상 ‘후보’ 출신이라는 것까지 홍보를 한다.
이런 촌극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서양미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일까. 여기에 마치 올림픽 금메달을 좇는 것처럼 국내외에서 수상 경력만 따지고 드는 풍토도 문제다. 우후죽순 늘어난 국내의 ‘터너 상 유사품’에 같은 작가가 여러 번 상을 받는 ‘웃픈’ 일도 일어난다.
자체적 기준이 없으면 남의 평가를 절대적인 양 추종할 수밖에 없다. 가장 안타까운 건 안목 없는 갤러리스트에 의해 소외된 국내 작가와 컬렉터들이다.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고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진짜’ 갤러리스트들이 없다면 국내 미술 시장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