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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는 그리스 것”… 아테네 뒤덮은 시위 물결

입력 | 2019-01-22 03:00:00

28년 ‘국호전쟁’ 마침표 찍을 마케도니아 국호변경 합의안
24일 의회비준 표결 앞두고 그리스인 6만명 대규모 시위




“北마케도니아도 안된다” 20일 그리스 아테네 도심 거리에서 벌어진 ‘마케도니아 국호 변경 합의안 반대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폭력을 휘두르자 경찰이 최루가스를 뿌리며 대치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그리스 구제금융 체제 때 모인 긴축 반대 대규모 시위대보다 많은 6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아테네=AP 뉴시스

그리스에서 이웃 나라인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0일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테네 도심 신타그마 광장 등에는 정부의 마케도니아 국호 변경 합의에 반발한 6만 명(경찰 추산)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의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빼앗아가지 말라”고 주장하며 마케도니아의 국호에서 ‘마케도니아’라는 단어를 완전히 빼라고 요구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날 시위가 구제금융 기간 빈번하게 열린 긴축 반대 대형 집회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그리스 국기가 곳곳에서 물결을 쳤고 반대 여론이 가장 높은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원정 온 사람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시위대는 평화 시위를 벌이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점점 과격해졌다. 경찰도 최루가스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고 아테네의 주말 거리는 폭력과 비명 소리로 얼룩졌다. 경찰 10명과 시위대 수십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케도니아는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뒤 현재 이름을 국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는 이웃 나라의 국호가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왕국의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양국의 국호 갈등은 1994년 그리스가 마케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후 마케도니아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것도 반대해 왔다.

EU와 나토에 가입하려는 마케도니아는 지난해 6월 그리스 정치인들을 설득해 국호를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방안에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 그 대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EU, 나토 가입에 더 이상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마케도니아 의회는 11일 국호 변경 안건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가결했고, 그리스 의회도 23일부터 이 합의안 비준을 둘러싼 토론에 들어가 24일 표결한다. 그러나 그리스의 성난 민심 때문에 합의안이 그리스 의회를 쉽게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