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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포통장에 입금된 피해자 돈 꺼내쓰면 횡령죄”

입력 | 2019-01-22 06:01:00

“피해자에 반환 때까지 보관해야”…‘무죄’ 원심파기



© News1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을 빌려준 사람이 그 통장에 입금된 범죄 피해자의 돈을 챙길 의도로 꺼내 썼다면 횡령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모씨(64)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7월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포통장에 입금된 사기피해금은 통장 주인이 돌려줘야 하고, 돌려주기 전까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 이를 챙길 의도로 인출해 쓰면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여씨가 자신 명의 계좌에 피해자들 명의로 송금된 돈을 소비한 사실을 알 수 있어 이 사람들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씨는 2016년 8월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거래내역을 만들어 신용도를 높인 뒤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에 응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빌려준 자신 명의 통장에 피해금 120만원이 입금되자 이 중 119만5000원을 인출해 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횡령 혐의를 유죄로 보고 “횡령금액이 비교적 작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여씨가 성명불상자에게 계좌번호 등을 알려줘 사기 범행을 방조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둘 사이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가 있었다 보기 어려워 여씨에게 금원 보관자의 지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횡령 혐의를 무죄로 봐 1심을 깨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의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을 피해자에게 반환해야 하므로 이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며 횡령 혐의를 유죄로 봐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