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면 좋지만 아시안컵처럼 큰 대회를 치르다보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뜻하지 않게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고, 팀이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벤투 감독은 특별 미팅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선수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며 팀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월18일 NAS 스포츠 콤플렉스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두바이 NAS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16강전을 앞두고 첫 훈련을 실시했다. NAS 스포츠 콤플렉스는 매우 뛰어난 시설을 갖춘 곳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 유럽 명문 클럽들이 전지훈련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시절이 좋다. 훈련장 한쪽에서 지하로 통하는 문이 있고, 그 곳에는 라커룸이 갖춰져 있다.
벤투 감독은 18일 훈련 시작에 앞서 코치, 선수들만 참가하는 미팅을 라커룸에서 실시했다. 훈련장에서는 그라운드에 서서 잠시 미팅을 하는 게 전부인데 이날은 달랐다. 라커룸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머물렀다. 대표팀 관계자는 “스태프들은 모두 빠져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훈련 전 미팅이 아니었다. 16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이승우(21·베로나)가 불미스러운 행동을 보였고, 이와 관련해 벤투 감독이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였다. 벤투 감독은 21일 “이승우와 관련된 사항은 이미 선수들에게 따로 이야기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미팅이 18일 훈련장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이후 이승우의 행동과 관련해 감독도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훈련장에 나온 이승우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훈련장 특별 미팅이 효과가 있는 듯 했다.
●1월20일 숙소 식당
대표팀 훈련에 앞서 인터뷰를 가진 황인범(23·대전 시티즌)은 기성용(30·뉴캐슬)에 대한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가 (기)성용이형이다. 형이 돌아와 내가 (16강전에서) 못 뛰게 되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밖에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황인범의 인터뷰가 끝난 뒤 대표팀 관계자는 “기성용이 19일 팀 훈련에 정상 합류했다가 허벅지에 통증을 다시 느꼈고, 대회 종료 시점까지 회복이 쉽지 않아 중도에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이날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위해 선수단보다 먼저 훈련장에 온 황인범은 전혀 몰랐던 것 같았다.
벤투 감독은 이날 훈련을 마친 뒤 저녁식사 시간에 선수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기성용이 부상을 입어 더 이상 팀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성용이 이미 훈련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짐작했거나 알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직접 기성용과 관련된 내용을 선수 전원에게 직접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팀에 영향력이 큰 선수가 대회 도중에 떠나게 돼 동요할 수도 있는 만큼 선수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이러한 사실을 인지시키고, 그로 인한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식화하는 자리를 마련한 듯 했다.
두바이(UAE)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