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책 담당자들과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으며 , 이에 따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대신 핵무기 사용과 확산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년 전 한미와 관계개선을 추구하기 이전에 비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WSJ는 김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기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기존의 핵무기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다는 제안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제재 해제를 요구한 사실을 강조했다.
WSJ는 미국의 공식입장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것이라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책 목표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재확인한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핵협상을 담당하는 미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북한 전문가들은 수십년 동안 핵 프로그램에 엄청나게 투자해온 북한이 최종 단계에서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들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한다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강조하지 않거나 포기하는 대신 예기치 못한 핵전쟁으로 이어질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핵보유국 북한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덤 마운트 미과학자연맹의 선임 펠로우는 “이런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런 세상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등 북한의 핵능력과 의도를 보다 실용적으로 평가할 것을 주장하는 소장파 핵 및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마운트 펠로우는 “러시아나 중국처럼 핵보유국이 된 나라와는 관계를 관리하면서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무장해제하려는 비현실적 노력에 허비하는 시간은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지 못하는 시간”이라면서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억누르는 실질적 방법들이 있는데 환상을 쫓으면서 무시해왔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그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린 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미국이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 중단의 검증과 같은 보다 작은 목표의 대가로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다른 북한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북한의 핵능력을 궁극적으로 되돌리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믿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