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경력 23년차인 김선아는 자신을 “연기에 특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17년 넘게 연기 수업을 받은 덕분에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제공|굳피플
■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마친 김선아
도현정 작가 팬이라 선택한 작품
아동학대 문제 정면돌파…
우울해서 힘들었지만 그만큼 뿌듯
염정아·김남주 선배 보며 자극
23년차지만 마음은 항상 신인
아직도 연기수업 받는걸요
연기자 김선아에게 2018년은 자신의 그 어느 해보다 화려했다.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로 13년 만에 연기대상을 품에 안았고, MBC ‘붉은 달 푸른 해’로는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연기자 김선아’로 다시 한번 자신을 시청자에게 깊이 각인시킬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 “두 달을 악몽 꿔…그래도 보람”
22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는 아직까지도 그날의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눈치다. 대상 수상과 더불어 최근 주연한 ‘붉은 달 푸른 해’의 여운도 그의 깊은 감정선을 건드렸다. 아동학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의미 있는 결말을 맺은 ‘붉은 달 푸른 해’ 덕분에 김선아는 주변으로부터 “잘했다”는 격려를 받았다. 두 달을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작품에 매달린 보람이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단순해지는 편이다.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을 쓴 도현정 작가의 팬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한다’는 마음이었다. 대본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주제여서 마인드 컨트롤에 더욱 신경을 썼는데도 힘이 들더라. 벽난로에서 아이의 유골을 꺼내는 장면에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연기생활을 하면서 이런 슬픔을 경험한 건 처음이었다.”
그는 ‘붉은 달 푸른 해’를 하면서 참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래도 도현정 작가의 힘이 아니었다면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 샐 틈 없이 치밀한 대본을 보며 놀랐다”며 언제든 이런 작품을 만난다면 고생길도 마다치 않겠다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들렸다.
“하루는 작가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어렵고 힘든 역할 맡아줘 고맙고, 큰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드라마 주인공 ‘(차)우경이는 우울하지만 선아씨는 즐겁고 재미있게 연기해주세요’라는 말에 울컥하고 감동을 받았다. 이번 드라마는 참 힘든 과정이었지만, 지금도 ‘붉은 달 푸른 해’ 시즌2를 외치고 있다.(웃음) 아무리 힘들어도 배우가 ‘좋은 대본’을 만나는 건 정말 귀한 기회다.”
지난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의 김선아. 사진제공|메가몬스터
● “23년 경력? 난 아직 신인 같은데”
“좋은 대본 속 좋은 대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벅차올라” 김선아는 지금까지 까다로운 작품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그러느라 23년의 경력도 잊고 살았다. 김선아는 아직도 스스로가 “신인” 같다고 했다.
2017년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를 만난 이후로도 김선아는 쉼 없이 달려왔다. “운이 좋게 작품이 꼬리를 물고 왔다”는 김선아는 “워낙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아서”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40대임에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약을 펼치는 염정아, 김남주 같은 선배들이 그에게 “자극”을 줬다.
“주변의 많은 배우들이 참 열심히 일하고 있다. 40대 여배우들의 활동은 참 감사한 일이다. 선배님들이 길을 터줘서 저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나도 열심히 하면 후배들도 큰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할리우드에선 40대, 50대의 멜로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전무하다. 그런 게 아쉽다.”
● “아직도 연기 수업…연습만이 살길”
어느새 후배들의 연기 롤모델로 꼽히는 ‘선배’가 됐지만, 김선아는 아직도 연기 수업을 받으며 자신을 갈고닦는다. “(연습)안 하면 좋은 작품을 받을 수 없다”는 김선아는 절대 유명세에 기대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연기 못한단 소리를 한참이나 들었다”는 지난날이 그에게는 연기에 몰두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 엄격함이 지금의 김선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에 머물렀다면, 박복자도, ‘키스할까요’의 안순진도, 차우경도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연기하려면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며 23년째 스스로를 다잡는 그의 ‘이름은 김선아’이다.
연기자 김선아. 사진제공|굳피플
● 김선아
▲ 1973년 10월1일생
▲ 1996년 ‘오버클래스아이디’ CF로 데뷔
▲ 2009년 경희대 연극영화과 졸업
▲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주연, MBC 연기대상
▲ 2017년 JTBC ‘품위있는 그녀’ 주연
▲ 2018년 ‘키스 먼저 할까요?’ 주연, SBS 연기대상
▲ 2018년 ‘붉은 달 푸른 해’ 주연, MBC 연기대상 수목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박형주 인턴기자(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