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약을 달이다./●옷을 다리다.
좀 더 복잡한 ‘달이다’를 먼저 살펴보자. ‘달이다’는 사전에 ‘액체 따위를 끓여서 진하게 만들다’라고 쓰여 있다. 대표적인 액체 몇 가지를 생각해 ‘달이다’와 연결해 보자.
●물을 달이다(×)
●우유를 달이다(×)
●음료수를 달이다(×)
●우유를 달이다(×)
●음료수를 달이다(×)
●간장을 달이다(○) 간장을 끓이다(○)
●보약을 달이다(○) 보약을 끓이다(?)
●차를 달이다(△) 차를 끓이다(○)
●보약을 달이다(○) 보약을 끓이다(?)
●차를 달이다(△) 차를 끓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단어는 상황 안에서 만들어지며 그 상황과 함께 존재한다. ‘달이다’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간장을 달이고, 보약을 달이는’ 상황을 이해해야 단어의 의미를 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유’나 ‘음료수’가 ‘달이다’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우유’나 ‘음료수’를 달일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 어쩌다 이들을 달이는 요리법을 활용한다 할지라도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우리가 더 자주 쓰는 ‘끓이다’를 활용하는 것이 더 쉽다.
우리는 단어를 익힐 때 무엇과 함께 나타나는가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 그것이 단어를 맥락 속에서 익히는 방식이다. ‘달이다’가 어떤 단어와 어울리는가를 알고 그 단어와 함께 기억해야 한다. 그 맥락 안에서 단어를 사용하여야 정확한 의사 전달이 가능해진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