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어 두번째 FA 계약
“등번호 6번을 다른 번호로 바꿔 보는 게 어떻겠니?” “아닙니다, 코치님. 제가 꼭 이겨내 보겠습니다.”
2000년대 후반의 어느 날. 유지현 당시 LG 수비코치(현 수석코치)와 LG 내야수 박경수(35·현 KT·사진) 사이에선 이런 대화가 오갔다.
성남고를 졸업한 박경수는 2003년 초고교급 유격수라는 평가를 들으며 LG에 입단했다. 계약금만 4억3000만 원을 받았다. 명유격수로 활약했던 유 코치는 현역 시절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등번호 6번을 박경수에게 물려줬다.
그렇지만 LG에서 박경수의 성장은 더뎠다. 잦은 부상 탓에 주전 자리조차 잡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유 코치는 박경수에게 등번호 교체를 제안했다. 유 코치는 “LG 팬들이 기억하는 6번은 야구를 잘하는 유격수다. 그것도 전성기 시절의 유지현을 떠올린다. 경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 것 같아 미안했다”라고 했다.
“3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박경수(왼쪽)가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선수단 신년 결의식에서 이강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새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수원=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유지현 코치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유 코치님은 내 우상이었다. 뒤늦게나마 유 코치님으로부터 받은 6번에 대한 명성을 조금이나마 지켜드리게 돼 다행이다.”
29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박경수는 “큰 선물을 주신 KT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