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의 신작 ‘Live’ 표지. 씨앤엘뮤직 제공
2019년 1월 22일 화요일 맑음. 코메다.
#304 Marcin Wasilewski Trio‘Sleep Safe and Warm’(2014년)
크시슈토프 트슈친스키(1931∼1969)는 본디 이비인후과 의사였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현실을 택했다. 의대에 진학했다. 그나마 이비인후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청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공산 치하의 폴란드 사회는 재즈 음악을 곱게 보지 않았다. 술 마시고 흥청대는 지하 클럽에서나 연주하는 자본주의자들의 싸구려 춤곡쯤으로 여겼다. 반항심은 트슈친스키의 재즈 사랑에 도리어 불을 지폈다. 그는 흥겨운 춤을 위한 재즈 대신 폴란드의 전통을 흡수한 독자적 모던 재즈를 개척해 나갔다. 낮에는 진료를 하고 밤에는 작곡과 연주를 했다. 직장 동료들에게 이중생활을 숨기려 ‘코메다’라는 가명을 지었다. 크시슈토프 코메다는 폴란드 재즈 역사의 쇼팽이자 신중현이 됐다.
코메다를 세계에 알린 것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다. 폴란스키가 연출한 ‘물속의 칼’ ‘막다른 골목’ ‘박쥐성의 무도회’에 코메다는 환상적인 재즈 음악을 만들어 넣었다. 우스꽝스러운 스윙 리듬, 긴장감 넘치는 변칙 화성이 공존하는 코메다의 재즈는 폴란스키 영상에 독자적 색채를 추가했다.
독특한 영상과 음악 덕에 코메다와 폴란스키는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답답한 폴란드를 떠나 영화 제작과 홍보를 위해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1968년 ‘로즈메리의 아기’는 두 천재가 합작한 최고작이자 코메다의 유작이 됐다. 그해 12월 로스앤젤레스의 파티장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코메다는 뇌 손상을 입고 이듬해 38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멤버 전원이 스탄코의 쿼텟 멤버 출신인 폴란드의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 역시 음악적 할아버지 격인 코메다의 곡 ‘Sleep Safe and Warm’을 두 차례나 재해석했다. ‘로즈메리의 아기’ 주제곡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트리오의 내한공연에 갈 작정이다. ‘Sleep Safe…’를 들으면 니노 로타(1911∼1979)의 ‘태양은 가득히’ 주제곡이 떠오른다. 미스터리와 멜랑콜리가 뒤섞인 선율. 비극적 자장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