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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유치원 신임원장, 채용비리 의혹…감사관실 “의심 정황 있다”

입력 | 2019-01-23 14:28:00


지난해 붕괴됐던 서울 상도유치원 신임원장이 장학사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상도유치원 신임원장으로 부임 예정인 A씨가 통상적인 관행과는 달리 부서장임에도 불구하고 소관부서 장학사 선발 과정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데다, A씨가 관여한 채용시험 중 일부 전형에서 외부위원 없이 전원 내부위원만으로 면접을 실시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자체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A씨의 채점 결과가 대필된 것도 감사에서 지적됐다.

23일 뉴시스가 확보한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20일 서울시교육청 내 근무자를 선발하는 유아교육과 장학사(유아교육전문직원)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후 같은 해 7월2일부터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에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분야는 ▲출제와 채점, 평가 등을 담당하는 전형위원회 구성의 적정성 ▲평가의 객관성·투명성·공정성 확보 여부 ▲제반 절차 준수 여부 ▲불공정 행위 존부 확인 등이었다.

감사를 통해 A씨는 유아교육과 과장 신분임에도 2017년과 2018년 장학사 채용 평가위원으로 참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2017년 교감 집단면접에서 초등교육과 과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있다. 관례적으로 초등교육과와 중등교육과 장학사 선발에서는 소관부서장이 직접 심사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17년과 2018년 선발과정 중 집단면접에서는 외부위원 없이 A씨와 서울 단설공립유치원 원장 등 내부위원만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면접위원에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위원을 포함한다.

면접에서는 응시자별로 면접위원들이 부여한 점수가 엇비슷했다. 가령 B지원자에게 3명의 면접위원이 만점을 준 반면 C지원자에게는 3명의 면접위원 모두 최하점을 주는 식이다. 2018년 30점 만점의 집단면접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는 11.3점이었다.

하지만 감사를 통해 한명의 위원이 채점표를 대신 작성하고 A씨는 서명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채점은 위원들이 개별적으로 해야 하는데, 한명의 위원이 다른 위원들의 채점 결과를 대필한 것이다.

특히 A씨의 장학사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에서 지난해 6월 22일, 9월17일, 10월17일, 11월12일 네 차례에 걸쳐 정식 공문을 보내 감사를 위한 자료 제출을 유아교육과에 요구했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유아교육과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 시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유아교육과는 같은 해 11월15일에서야 시의회와 감사관실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감사자 종합의견을 통해 “소관부서장의 의도적인 불공정 심사 분위기 주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정황은 있으나 객관적 입증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장학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A씨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형사고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A씨를 의도적으로 상도유치원에 보내는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교장임기제실시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4년의 범위 내에서 교장과 원장의 중임까지 허용하고 있다. 다만 공모로 선임될 경우는 횟수제한에서 제외된다. A씨는 2번의 원장 임명 횟수를 다 채워 공모를 통한 임명이 아니면 원장직을 맡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1월21일 ‘공립유치원 원장공모제 시행계획 안내’를 통해 서울경인유치원, 서울명일유치원 원장 공모에 나섰다가 뒤늦게 상도유치원 원장 공모 절차에 들어간 것도 채용비리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해 12월13일 상도유치원 원장 공모 공고를 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붕괴 이후 상도유치원 현재 원장이 전보신청을 했는데 (그 후임으로)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 학부모의 손으로 원장을 뽑게 하자 해서 공모를 했는데 문의조차 없어 A씨를 설득해 원장으로 가게 된 것”이라며 “채용과정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부당한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