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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EU vs 반EU’…英브렉시트, 유럽 정치 지형 바꿨다

입력 | 2019-01-23 18:20:00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3월 29일)가 임박한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의 심리적 이동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친(親) EU냐, 반(反) EU냐’ 선택의 기로에서 각국이 갈 길을 결정한 것이다.

친EU의 핵심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있다. EU의 주축을 맡고 있는 이들은 새로운 우호조약을 체결하는 등 결속력이 약해진 유럽을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22일 양국은 1963년 1월22일 체결한 엘리제 협정을 수정, 강화한 16쪽 분량의 신(新)우호조약인 아헨조약에 서명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총령은 이 조약에 ▲ 외교 및 국방정책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 범죄와 테러리즘에 공동으로 맞서 싸우며 ▲ 국제적인 개발과 연구 조사에 대한 협력 내용을 담았다.

EU 내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이들도 있다. 바로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한자동맹’이다.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보수적인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EU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작년 2월 이와 같은 동맹을 체결했다. 이들의 이름은 13~17세기 북유럽의 상인 조합인 ‘한자’에서 유래됐다. 아일랜드 역시 이 한자동맹의 일원이다.

반EU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2016년 유럽 이민자 문제가 대두되며 불어온 포퓰리스트 바람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여전히 강한 세력을 구성하고 있다.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높은 지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EU에 대한 도전은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크게는 영국과 같이 EU 회원국 탈퇴 의사를 밝히는 국가부터, 작게는 EU가 설정한 공통 규칙에 대한 거부 등으로 드러난다.

헝가리 등은 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을 거부하면서 국경에는 철제 펜스를 설치하는 등 난민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탈리아는 3개월여동안 EU와 예산안을 두고 씨름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역풍을 지적하며 “(EU에 대한) 확신을 위해 나서고, 유럽을 위해 싸워야 한다”며 “독일을 포함한 유럽이 더 많은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EU의 공통목표는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인 방위 분야에 대한 협력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22일 체결한 아헨조약에서 유럽군(European army)의 창설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내 국가들 사이에서도 안보 분야에 대한 격차가 커 상당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의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등 세계 신흥국의 성장은 유럽을 앞선 지 오래다. 유럽 국가들 역시도 EU 간 무역의 중요도를 점점 줄이고 외부와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EU 27개국의 보고서는 “2035년 세계경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세기 초 일본과 비슷할 것”이라며 “EU 자체만으로 세계 무역 체제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갖긴 힘들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십년 동안 EU는 영국의 브렉시트 상황보다는 덜 할 수 있으나 비슷한 외교적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FT는 보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