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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전기차와 수소차, 누가 더 멀리 달릴까?

입력 | 2019-01-24 03:00:00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필자가 대학원생이던 2000년대 초반 대기화학 수업시간에 가솔린이나 디젤차량이 없어지고 전 세계 차량이 모두 수소차로 바뀐다면 어떤 새로운 대기오염 문제가 생길까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이 있었다. 가벼운 분자인 수소가 다량 배출됐을 때 대류권을 넘어 성층권의 화학반응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가 주요한 토의 내용이었다. 이런 토의가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많은 사람이 ‘수소차가 미래의 운송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현재로 돌려 내연기관을 대체할 친환경 차량의 보급대수를 보면 수소차는 2017년까지 전 세계에 6500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53%는 미국, 38%는 일본, 그리고 9%는 유럽에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 판매되거나 리스(대여)된 수소차는 전부 캘리포니아주에만 등록돼 있다. 캘리포니아를 벗어나면 수소충전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은 도요타가 76%, 혼다가 13%, 현대가 11%다.

반면 전 세계의 전기차는 320만 대로 집계됐다. 이 중 120만 대는 중국에, 75만 대는 미국에 등록됐다. 이런 전기차 독주의 밑바탕에는 최근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인 성장이 있다. 이와 더불어 모든 가정이나 사업체에서 쉽게 전기를 끌어와 전기차의 충전이 가능한 반면, 수소연료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취급하는 충전소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녹록한 작업이 아니다.

효율에서도 전기차는 수소차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전기차는 재생에너지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바로 차의 배터리로 충전시키는 반면 수소차는 전기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전기분해해 이를 저장했다가 다시 충전 시설로 운송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칠수록 효율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수소를 만들 전기로 차라리 전기차를 충전하지 왜 수소를 만들어야 하는지’ 정당화하기 쉽지 않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2015년 초 “수소차는 정말 멍청한 생각(incredibly dumb)”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더 놀라운 것은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의 수석 엔지니어인 다나카 요시카즈는 머스크의 평가에 대해 “그가 맞다. (수소차에 비해) 전기로 배터리에 충전하는 전기차가 더 나은 방식이다”고 자백을 했다는 점이다. 이에 도요타의 최고경영자 우치야마다 다케시는 “우리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수소차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가 대세인 시장에서도 분명 수소차의 틈새시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전기차의 약진은 배터리 기술, 태양광 등 친환경적인 전기 생산방식의 확장, 비약적인 민간 기술 발전 덕분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이 환경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 계층의 지갑을 열 만큼 편의성을 보장하면서 전기차의 발전은 가능했다. 물론 전기차에 비해 ‘빠른 충전시간’은 수소차의 우위점이지만 상업시설, 관공서 등 다양한 장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설치할 수 있는 전기 충전시설들 때문에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이렇게 경쟁 관계에 있는 친환경 기술이나 대기환경 정책의 결정에 있어서 과연 누가 승자를 결정해야 할지는 사회구성원 전체가 한번쯤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 국가적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수소 관련 산업 진흥이나 원자력 발전시설을 둘러싼 논란에 숨어 있는 궁극적 질문은 ‘과연 국가가 승자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 하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는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 간의 정권 교체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새로운 구호로 경쟁의 판을 뒤엎고 승자를 결정해 왔던 것을 많이 봤다. 하지만 이러한 승자들의 운명 또한 새 정권이 들어서면 힘없이 스러져 가는 모습 또한 목격했다.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해결에 큰 축을 담당할 전력방식, 운송수단의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승자를 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환경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