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지난해 12월 한 연구자에게 메일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도 기초연구사업 관련 공고를 낸 직후였다. 지난해보다 기초연구비를 크게 늘리겠다고 공언해 온 정부가 실제로 연구자가 직접 연구 주제를 제안할 수 있는 개인 기초연구비 예산을 크게 늘렸고, 꽤나 반가운 마음에 기사를 썼다. 그런데 그 기사를 읽고 연구자가 화를 삭이며 메일을 보낸 것이다. 여러 해째 비전임(비정규, 계약직) 연구자 신세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그는 “지원하려고 해도 전임 대상 과제만 많다. 비전임은 소외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설마 하며 알아봤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일단 비전임을 위한 과제 수가 줄었다. 교육부가 2018년까지 지원하던 학술연구지원사업 과제 가운데 비전임 비중이 높았던 두 부문의 선정자 수를 한국연구재단에서 받아 계산해 봤다.
더구나 올해 기초연구 예산은 크게 늘었는데 비전임에게는 혜택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과기정통부의 기초연구사업 중 ‘개인연구’는 7730억 원에서 9800억 원으로 2000억 원 이상(27%) 급증했다. 그런데 증액 예산 대부분이 집중된 과제는 오직 전임만 지원할 수 있거나(기본연구, 생애첫연구) 최근 3년 동안 비전임 선정 비율이 8% 이하에 머물러 문턱이 높은 분야(중견연구)였다. 비전임이 그나마 30% 정도 선정되던 과제인 ‘신진연구’는 예산이 2.9% 느는 데 그쳤다.
정부는 역할 분담 때문에 생긴 일이며 개선 중이라고 말한다. 과기정통부가 전임 연구자에게, 교육부가 비전임과 젊은 연구자에게 좀 더 집중하기로 역할을 분담했으며, 따라서 과기정통부 연구비 증액분이 상당수 전임에게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나름대로 비전임 연구자의 한 축인 박사후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과제의 금액이나 기간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의 이 같은 해명으로는 “전임이 아니면 연구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항의하는 비전임 연구자를 납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한 해 이공계 및 의학계에서 배출되는 국내 박사 수는 8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갈 전임 연구원이나 교원 자리는 한정돼 있다. 상당수가 여러 해 비전임 상태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력과 기반이 취약한 이들이 최소한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기초연구비다. 이들에게 기초연구비가 좀 더 안정적으로, 충분히 주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