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신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장
1896년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쿠베르탱도 표면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추하며 상스럽다”며 여성의 올림픽 참가를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골프, 테니스에 여성 선수들이 참가하기 시작해 페미니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이제 여성 체육인도 여성인권, 평등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가 왔다. 우리 스스로 보호하고 권익을 찾아야 한다. 여성권익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며 미국에서는 1972년에 타이틀 나인(Title Ⅸ)이 제정됐다. 이는 모든 학교에서 성차별을 금지하고 남녀에게 동등하게 스포츠 참여 기회를 보장했다. 여성 코치, 행정가, 선수에 대한 동등한 보수부여 규정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30% 이상을 권장한다’는 말로 인심 쓰는 척하고 있다. 실제 스포츠의 가장 값진 가치는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끝까지 싸운다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있다. 스포츠는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혹자들의 잘못으로 스포츠의 순기능과 가치를 훼손하지 말기 바란다.
이제 임기응변은 그만 끝내고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체육계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 한국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나 메달 수에 비해 체육계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고 주도권을 가진 여성 인력이나 여성 지도자는 극소수이다.
앞으로 한국 체육계는 여성 임원 및 코치, 감독 등 지도층 일자리를 전체의 30% 이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 여성 선수에 대한 성폭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지도자는 영구적으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미성년 선수에 대한 성폭행은 살인죄에 준해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체육인은 체육계에서 퇴출시키고 해외 진출도 제재해야 한다. 체육단체장에는 체육인 출신 비율을 높여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린 여성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여성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터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원영신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장